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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신작시/이강길/거미 사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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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신작시/이강길/거미 사냥 외 1편
거미 사냥 외 1편
이강길
오래된 적막이 매달려 있다
매달리다 너풀거리다 정지의 반복,
곳곳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음습한 사냥꾼 그림자
어두운 통로 한 쪽의 폐쇄회로,
‘왜 하필 여기에’라는 생각도 잠시
곧 그들을 철거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일부는 매달려 대롱대롱
출구를 잃은 건지, 시위를 하는 건지
반나절 채 아무런 흐름이 없다
노려보는지 서늘한 기분마저 든다
긴장이 고착화될 무렵
검은 그림자가 얼핏 지나고
복도 옆 창문이 열리며
불편했던 기억들이
한순간에 털려 나간다
어느 래퍼의 가을
대로변 가장자리 황색점선,
도색이 군데군데 벗겨진 채
예닐곱 남매 밀어낸 어머니
아랫배 마냥 늘어져 있다
점선들 틈 사이로 근원을
떠난 어린 비보이들이 모여
한나절 궁시렁궁시렁댄다
이리저리 몇 바퀴 구르다가
페인트 턱에 걸려 넘어져
더러는 그 틈을 메우기도 하고
더러는 점선 사이의 간격을
좁혀보려는 듯 다가선다
짧은 스커트 한 무리 몰려간 후
구릿한 적막이 한동안 머물더니
유치원 차량의 아이들처럼
톡톡톡 으깨지는 알맹이들이
랩을 부른다, 가을을 부른다
*이강길 2010년 《문학광장》으로 등단. 전북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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