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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신작시/최연/청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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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신작시/최연/청어 외 1편
청어 외 1편
최연
하늘로 솟구치는 기분은 어떤 걸까
수면 위만 바라보던 나는
범고래들이 떼를 지어가는 소리
그에 놀란 물살이 내 몸에 부딪혀
부레가득 차오르는 울림을 듣는다
터질 듯 팽팽해진 몸통에 쏟아지는 햇살
눈이 부셔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그제서야 눈이 열려
허공인 줄 잊고 있었다는 뒤흔들림
다시 지느러미를 끌고 바다 속 물살
안락한 출렁거림에 몸을 기대어 볼까
적막한 심해로 빠져 들어갈까
실처럼 가느다란 햇살이 어쩌다 비치면
비늘 하나 물결인 듯 새로 돋아나겠지
그렇게 많은 수초와 물고기들처럼
무거운 수압에 눌려 숨 가쁜 듯 유유히
내가 나를 들여다보면서
베개
눈물 같은 볍씨였다
간밤 집에 들어오지 않은 언니에게
아버지가 던진 베개
왈칵 눈물이 방바닥으로 쏟아졌다
언니는 고개를 모로 돌린 귀퉁이가 되 있었고
엄마와 나도 아버지가 던진
베개 속 눈물이 되었다
항상 말도 않고 장롱에 들어 있다가
대드는 언니 탓에 지끈거리는 엄마 머리
받혀준 베게
올망졸망 우리들 머리통이 커지는 만큼
쑥 들어가 버린 허리
아버지 참은 눈물로 밥을 먹고 학교를 다니고
아버지 흘리지 못한 눈물이 차곡차곡 쌓여
아버지 얼굴을 노랗게 만들었다
익은 벼가 고개 숙이다 못해
황금들판이 됐을 때
우리가 탈탈 털어버린 벼
텅 비어버린 들판에는
모지게 질긴 상투만 남아 있었다
이제 베갯속을 채울 수 없다
*최연 2016년 《시와경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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