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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신작시/송진/성흥사 가는 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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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65회 작성일 19-07-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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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호/신작시/송진/성흥사 가는 길 외 1편


성흥사 가는 길 외 1편


송진



  창원 터널 속에서 책을 읽는다 흔들리는 초록빛 활자 속 어두움을 뚫고 나아가는 바퀴의 뜨거운 눈과 핸들의 차가운 손은 수평으로 만나 거래하고 시외버스 창 한 가운데 가로지른 은빛 봉, 대설大雪의 햇살에 반짝이지 암탉 수탉 숨 막힐 듯 돌돌 말려있는 파도무늬 자줏빛 커튼 뒤로 아이들의 순박한 손가락들이 친척의 결혼식으로 잠들지 못한 어른의 여섯 뺨을 어루만지고 세 명의 어른은 아이의 가느다란 버드나무 잎 같은 손가락의 부드러움으로 쇠구슬 같은 하루를 버티리 짐작하는 뒷좌석 한 마리 고니의 뇌경색의 고뇌 겨울은 사랑 없이는 무명의 입술, 입맞춤 끝의 공복, 봄은 사랑 없이는 무명의 다리, 건설하고도 건널 수 없으리 코뿔소가 백년의 묵언으로 시멘트 방음벽을 은침으로 귀 뚫듯이 뚫는다





한 그루 목 잘린 나무 학처럼 공중을 비행하다



가지에 나뭇잎 하나 없이
 모든 걸 버린 목불의 미소
 뿌리마저 잘린 주체의 참담함 속에서도
 하나 둘 나무 쌓아올리는
 겨울 인부의 땀방울
 학교 운동장은 합장한 빈틈없는 손가락 사이로
 자비로움을 간직하려는 열망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여기는 바다
 여기는 등대
 겨우 살아남은 난바다곤쟁이새우들이 턱을 바닥에 떨구고 시무룩하게 휴대폰을 하며
 벼랑 끝에 놓인 아슬아슬한 붉고 노란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기중기 아래로 지나다니지





*송진 1999년 《다층》으로 등단. 시집 『지옥에 다녀오다』, 『나만 몰랐나봐』, 『시체 분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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