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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특선/장종권/벚꽃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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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특선/장종권/벚꽃 외 4편
벚꽃 외 4편
장종권
가는 겨울도 아쉬워서 마지막 흉내를 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끽소리는 해야 하지 않느냐.
어머니의 간곡한 말씀이다. 터지게 살거라.
아버지ㆍ1
부모님 여의시고 형님 밑에서 사셨다. 자유롭지 못했다.
동란 중 부상으로 집에 왔다가 未歸했다. 자유롭지 못했다.
米壽에 아내 잃고 요양원에 의탁하셨다. 제발 자유 좀 다오.
아버지ㆍ2
의사가 아버지 나이를 묻는다. 아흔이시던가
아버지께 여쭙는다. 나 여든여덟 아니냐?
따져보니 여든아홉이시다. 이 지경이 되었다.
별은 별, 달은 달
별을 보아도 그것이 별인 줄만 알았다. 별이니까.
달을 보아도 그것이 달인 줄만 알았다. 달이니까.
별은 별이고 달은 달이다. 아니면 도대체 무엇이겠느냐.
그녀와 나
그녀가 오는 것은 사실은 내가 가는 것이다.
내가 가는 것은 사실은 그녀가 오는 것이다.
오고 가고 해도 그녀와 나는 영 만나지 못한다.
<시작메모>
시가 비밀을 품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도 있다. 인간과 생명의 신비로운 부분을 노래하다보면 시 역시 신비롭지 않겠는가. 요즘은 인간이나 생명의 신비로운 세계는 강 건너 세계인 듯 보인다. 구체적인 현실과 실질적인 내용과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세상이 굴러가고 있다. 굴러가는 대로 나 역시 끌려갈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예술은 마루에 서 있고, 개인은 마당에 서 있다. 대문은 항상 열려 있다. 지금 안방에는 누가 있을까.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 『아산호 가는 길』 외 5권이 있음. 성균문학상 수상. 현재 계간 『리토피아』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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