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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노혜봉/깃털 하나의 저울무게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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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230회 작성일 19-07-0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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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노혜봉/깃털 하나의 저울무게는 외 1편


깃털 하나의 저울 무게는 외 1편


노혜봉



두 손을 저울 접시에 놓으면
눈금은 움직이지 않는다
한껏 게으름 피우며 꼼짝도 하지 않은
발바닥을 놓아도
눈금은 앞으로 살짝 나아가지 않는다
 
허투루 뱉었던 거짓말 쓴말들
입술과 혀 귀 쓸개를 올려놓는다
사탕발림 말,
비수를 갈아 베보자기에 묶어 둔 속말,
접시에 차곡차곡 쌓아놓는다


화단 앞 의자 선명한 나이테 위엔
(이집트 死者의 書에 나오는 저울)
마아트의 깃털인 겹벚꽃잎이
하염없이 쌓인다


(영혼의 무게는,
너는 영원히 살 수 없으리라)
불꽃 인두질에 등가죽 타는 살 냄새
무간지옥으로 댓 발 늘어진
손가락 혓바닥


몇 천 년을 돌아온 바람이
내 몸에 홍매화 수수꽃다리 그림자를
온통 새겨 놓는다


내 몸 길에
천리만리 건너온 아기배냇향
은은하게 젖어드는 어스름 즈음,
묘하게도 맨발에 묻은
흙 알갱이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다





모시조개피리



‘부우우우’ 소리 끊어질 듯 길게 들렸다


쥘부채 살 같이 펴놓은 모시조개 껍질
볼록한 양쪽 귀에 사포를 문질러 소리를 갈았다


좁쌀만 한 어린 꿈을 간직한,
구멍이 생겼다 거기 입술을 대고 부우―
꿈길 풋풋한 푸른 숨결을 불어넣었다


허허벌판 꿈속, 길을 잃다 문득 다다른
예스런 집 쪽마루에 앉아 피리를 불었다
오래된 나이는 여리고 가없는 그림 속 나,
 ‘나는 그 그늘 아래 단꿈을 보았네’


조그만 방 속엔 『벚꽃 동산』의 극본 연습을 하는,
높고 낮은 소리맵시가 떨리며 멀리 울렸다
피아노를 치던 주인공은 낡은 악보를 덮은 채,


녀릿녀릿한 조개피리 소리
오카리나의 어머니 그 어머니뻘쯤 되는
저, 저, 애끈한, 저 스산한 슬픈 내력


오래된 손가락 매듭 결마다 앳된 나이를 전하는
가리비조개에 소슬한 노랫말 다시 품어 넣고저






*노혜봉1990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산화가』 『쇠귀, 저 깊은 골짝』, 『봄빛절벽』, 『좋을好』. 성균문학상, 시인들이 뽑는 시인상, 류주현 향토문학상, 경기도문학상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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