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17호/신작시/윤석금/꽁치와 꽁지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17호/신작시/윤석금/꽁치와 꽁지 외 1편
꽁치와 꽁지 외 1편
윤석금
꽁치의 꼬랑지 모습으로
꽁지머리를 묶었다.
고래의 지느러미보다도 너울거리지 못하고
파도의 흥을 돋구지 못하는 꽁치다
흥 하고 치, 내뱉는 사람들
비웃음마냥 무게감마저 없다.
횟집의 정식 곁다리
시장의 좌판 생선 곁다리
바다 어귀 그물을 보듯 데면데면 했던 꽁치다
비린내 풍기는 미안함을 풀고 싶었다.
꽁치정식 삼 인분을 시켜놓았다
호감 가는 수저질이 은밀하게 시작된다.
어여차 어기여차
꽁치를 떠안아서 밥 고봉 위
최고의 자리에 올려준다.
푸른 등을 보이며 꽁 하고 있던 꽁치가
허연 뱃살을 드러내 보이고 길게
맛을 돋구며 호호 살아난다.
바다로 가고 싶어진다.
꽁치의 꽁무니는 보이지 않고
꽁치몰이 한 볼록한 배는 어선이 되었다.
날 좀 보소
미술관 벽 말뚝에 매어있는 황소를 만났다.
방계혈족 관계의 배우자 나를 알아보고 체 한다.
나도 끔뻑 거리며 척 한다.
우직한 황우장사의 모습이다.
드넓은 노을 속 우두머리 월계관을 쓴 한우다.
귀는 나팔꽃으로 피어 꽃의 전설을 나불거린다.
굴레가 된 허무한 사랑이야기다.
코뚜레는 없어도 더덕 진 고독은 굳은 살 되어있다.
못된 엉덩이 채찍질 해주던 친족이 보고 싶어서
우각은 노을을 헤치고 주파수를 찾는다.
암탉의 둥지 같은 원반의 해를 보기 위해 각을 세운다.
해를 삼키고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우우우 울부짖는다. 그리움을 되새김질한다.
붉은 노을은 쇠뿔도 단숨에 빼는 것을 안다.
바다 게 등으로 떨어진다.
혈족을 그리워하며 노을빛 물들어가는 황소
아리고 쓰리고
심금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이중섭의 황소를 보다)
*윤석금 2003년 《문학21》로 등단.
- 이전글17호/신작시/하병연/달리는 거리 외 1편 19.07.03
- 다음글17호/신작시/노혜봉/깃털 하나의 저울무게는 외 1편 19.07.03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