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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이상윤/옥상 낚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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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59회 작성일 19-07-0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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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이상윤/옥상 낚시 외 1편


옥상 낚시 외 1편


이상윤



잠이 깬 새벽
옥상은 물안개가 잔잔하게 흘러가는 강


옥상의 방수포가 유난히 깊은 날이면
의외로 조황이 나쁘지 않다


탁한 빛이 감도는 하늘로 낚싯대를 들이기 전
비릿하게 파닥거리는
싱싱한 유년의 슬픔을 미끼로 단다


거두어들이지 못한 빨랫줄엔
빨래들이 산 능선 쪽으로 펄럭이며 날아간다
검푸른 바람이 지워지는
지붕 너머를 향해 낚싯줄을 던지다


수심이 낮아 밑 걸림이 심한지
장 찌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옆으로 기운다


툭 툭 툭
간헐적인 입질에 챔질을 해보면
낡은 실내화 주머니

살 부러진 우산
떨어져 나간 창틀 사이로 드는 찬 빗소리처럼
자잘하고 안쓰러운 것들이 입질한다


꾸준한 밑밥 질 끝에 받은
깃대처럼 쳐올리는 예술적인 찌 올림


장력에 튕겨진 낚싯줄이 윙윙 울 만큼
아버지의 낡은 구두나
다 닳아 솜이 터져 나온 어머니의 흰 버선 같은
씨알 굵은 것들이 걸린다  


하지만 꼭 걸어 올리고 싶은
그런 허리급 이상의 녀석들은
의례 초리대를 부러뜨리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떨어져 나간 찌는
구름 사이로 깜빡깜빡 나타났다 사라지다
결국 먼 하늘로 흘러간다


옥상에 뜬 초롱초롱한 저 별들은
붙들고 싶었지만, 
결코 붙들 수 없었던
내가 놓쳐버린 슬픈 야광 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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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
입을 다물고
그 자리를 꾹 지키라는데


이제, 그만 귀를 닫을 수가 없다면
손가락이라도 지워야 할 텐데


손가락으로 스톱 버튼을 누르면
멈출 수는 있겠지
아주 잠시 덜컹거리며


하지만 3번 트랙이 다 지나갈 때까지는
끝낼 수 없을 테니
손가락을 깍지로 묶는다


상처에는 빨리 감기가 없으므로





*이상윤 2013년 《시산맥》으로 등단.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6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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