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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김태인/미씽 브랙퍼스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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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김태인/미씽 브랙퍼스트 외 1편
미씽 브랙퍼스트 외 1편
김태인
냄비 속에서 하얀 기억이 끓고 있다
리허설처럼 감자의 침묵을 벗기고, 능숙한 자세로 버터를 으깨었다
반쯤 익힌 달걀은 날짐승처럼 비리고
식욕의 깊이를 기록하는 타자기처럼 이빨은 바삭한 식빵의 지면을 때린다
입 안에 톡 터진 노른자
짐승 같은 울음이 빠져나갈 새도 없이 덩그러니 걸린 젖은 수건들
이내 바삭한 식감은 사라지고 식탁에 앉으면 누군가는 없고 누군가는 서 있다
잠에 취해 비릿한 아침
썰물처럼 빠져나간 식욕의 그림자가 빈 접시에 길게 드리워진다
비린 시간의 안쪽이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다
누군가의 오랜 기억이었을까
마침내, 나의 아침은 접시에서 사라졌다
덕선이에게
나를 잘근잘근 씹어
은박지에 싸서 구겨 버렸다
이 문장을 쓰기위해 한동안 골몰했다
밤하늘에 박힌 희미한 별처럼
덕선아!
단물 빠진
수많은 덕선이들
똑 하나 떼어서 입속에 넣어본다
우주를 건너온 음악이 흐르면
피처럼
환한 밤이 돈다
양파즙 절취선을 따라
입술을 자르는
가위의 흔한 일이었지만
땀이 흥건한 밤이 지나면
덕선아!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나도 그저 그래
근데ㅡ
밤이 아주 길어도
그래도 새벽은 온다
가끔 온몸에 한기를 느끼며
몸살을 앓는 나는
이 문장을 쓰기위해 밤을 새웠다
*김태인 2013년 5.18 문학상, 2015년 《시산맥》으로 등단, 2016년 〈강원일보〉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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