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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정무현/콩돌 도인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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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호/신작시/정무현/콩돌 도인촌 외 1편
콩돌 도인촌 외 1편
정무현
도가 넘쳐 그 모습이
빤질빤질 뺀질이다.
도인을 만나러 모진 풍파 겪었다는
아니 풍파는 아직도 모른다는
세상의 범인들 다 모였다.
도인의 가르침이란 게
사뿐대는 모래도 없이 바람 한 짐 깔아놓고
각각의 색기에 빤짝빤짝 빛을 내어
동글동글 몸뚱어리 켜켜이 포개 보이니
깨달음을 보았다고 일제히 함성이다.
도인들은
날마다 불덩이 되고 얼음이 된다.
자신을 버리고 버려 단단함만 남기고
걸치는 게 힘들어 빤질빤질하게 벗겨낸다.
시선詩仙*은 쇠막대를 간 바늘에서 만들고
도인촌의 몽돌은 바람이 갈아 만든다.
짠 내를 씻고 거품을 들이마시며
더욱 몸을 조이고 조여
언젠가는 흰 깃털을 달고 따오기가 되어 날고픈
백령* 도인촌이다.
*시선 : 이백. 자 태백太白. 호 청련거사靑蓮居士. 두보杜甫와 함께 ‘이두李杜’로 병칭되
는 중국 최대의 시인이며, 시선詩仙이라 불린다.
*백령 :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처럼 생겼다하여 ‘백령도白翎島’
라 붙여졌다.
도시인
저녁에 그 친구를 만나야 한다.
스포츠 중계 프로는 봐야 한다.
몇 시인가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
휴대폰이 계속 까똑까똑 한다.
내일 보고해야 하는 일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화장실을 옆에 두고 앉은 다리를 더욱 꼰다.
머리는 급한데 몸은 일어서질 못한다.
한 인생이 이렇게 복잡하다.
세상을 다스리는 하늘은 얼마나 힘들까.
그냥 비를 퍼붓는 거다.
*정무현 2014년 《리토피아》으로 등단, 시집 『풀은 제멋대로야』, 『사이에 새가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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