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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신작시/안성덕/말없는 소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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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안성덕
말없는 소리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예고 없는 정전이다
더듬더듬 촛불을 켠다
어둠이 환하게 식탁을 비춘다
동그랗게 사위가 살아나고
마주 앉은 얼굴 말그랗다
언제나처럼 꾸역꾸역 침묵을 우겨 넣는다
달그락, 뚝배기 속 숟가락이 부딪는다
다각, 젓가락 두 짝이 키 맞춘다
아내는 무국 한 국자를 더 떠오고
미니시리즈도 스포츠뉴스도 못 본 채
밥을 먹는다
마주앉아 말없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 입에 밥 들어가는 소리
눈 큰 짐승 여물 먹는 소리, 별반 다르지 않다
어둔 촛불 탓일까, 끔벅끔벅 아내의 눈이
낯설다
청산도
해 뜨면 일어나 해 지면 눕는
새참 탁배기 한 사발에 논두렁이 먼저 구불거리고
해시계 삼은 제 그림자로 밥 때를 아는
시간표는 없고 버스만 있는
고장 난 벽시계 때문일까 시간은 서고 철만 바뀌는
뭍으로 뭍으로 밀어붙이는 파도에 멍들어
하늘도 산도 보리밭 이랑의 바람도 푸른
사람이 살면 몇 백 년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진도아리랑 한가락 쯤 어슬렁 돌담도 뽑는
안성덕 2009년<전북일보>신춘문예 당선. 시집 『몸붓』.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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