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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신작시/강문출/진화하는 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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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문출
진화하는 밥
모처럼 만난 사람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돌아선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그래 밥 한 번 먹자
밥 한 번 먹는 데도
겉치레의 언제와
몇 번의 인연이 더 필요한 것
언제 우리는
진짜 마주 앉아 밥을 먹을까
그것은
진설하는 말의 양을
말의 맛을 저울질해 보고 난 후의 일
우리 아들, 우리 남편 하는
그 흔한 우리가 흔하지 않다는 역설
생명을 이어주는 밥을 놓고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뜻
조금 살 만하니
-밥 먹었나, 하던 과거형 인사가
밥 한 번 먹자는 미래형 인사로 바뀌었다
산비둘기 위문
산비둘기울음 한 방에 앞산이 착 가라앉는다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강펀치다
나도 모르게
내 모든 슬픔꼭지를 한꺼번에 열어젖히는
참 고맙다
내 아픔에 단 한 번도 위문 오지 않은 적 없는 네가
그때마다 너는 또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고백컨대 나는
슬픔이 없는 날엔 한 번도 너를 생각한 적 없었으니
강문출 2011년 《시사사》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타래가 놀고 있다』, 『낮은 무게중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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