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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호/신작시/배귀선/환청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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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116회 작성일 17-10-2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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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배귀선




환청




허락된 그 너머를 물었는지
생피가 묻어난다


제때 자르지 않으면 구멍이 난다는
자를수록 자라는 어머니의 말씀


나일론처럼 질긴 그것을
양말을 신으려다 말고 자른다


야야, 섬돌 아래 밟힌 채송화
꽃대 올라오는 것 좀 봐라!


변변찮은 세상살이
널뛰다 돌아오는 비틀걸음 부축하던
가신 지 십수 년인 어머니의 말씀


나이가 들수록 고집스럽게 불거진다
양말 밖으로 삐져나오는 발톱처럼





신내리 예배당



천국은 가파른 이 층에 있고
가래 끓는 소리 부축하는 일요일
머릿기름 번지르 한 사내가 돌리는
한 번도 깨진 기억 없는 연보함
맨 앞줄부터 한 자리도 놓치지 않는다


평화로운 은총이 골고루 나누어지는 동안
무대 위 사내는 두 손을 더 높이 불끈 쥔다


그의 은혜 충만한 몸짓이
실내를 한 바퀴 돌아
찬송과 영광 받기에 합당한 기도문으로 이어지는데


비스듬히 기댄 지팡이 하나
이어지는 영광을 깨닫지 못하고
찬송과를 찬송가로 바꿔 듣는다
첫소리만을 들은 노인의 귓바퀴가 찬송가를 펴는 예배당


옆자리 보청기도 일제히 더듬더듬 찬송가를 넘긴다
‘과’가 ‘가’로 바뀐 짧은 순간,
귀 어두운 어린양들을 불러 모은
그는 아직 기도 열중이시다


천국의 계단 아래
도착하는 2호 봉고차 문이 열리자
수고하고 무거운 성서를 짊어진 지팡이들
하나둘 계단을 오른다
천국은 쉬운 것이 아니라는 말,
끝에 방점을 찍으며 오른다





배귀선 2013년 《문학의 오늘》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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