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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특선/정령/야상곡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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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50회 작성일 20-01-29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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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특선/정령/야상곡 외 4편


정령


야상곡



어둠이 빚은 달이 잘게 부서지면서 잔 별꽃을 만든다.


달로 빚은 그 별꽃들이 은하에 쓸려서 대지를 내달린다.


은하에 쓸려 와 풀이 돋고 잎이 나며 어둠의 꽃이 된다.


어둠의 꽃들이, 달이 낳은 별꽃들을 주섬주섬 그러모은다.





이以루淚



한순간 반짝이는 빛이 아니라 물이 되고 구름이 된다.
비가 되고 다시 내川 눈에 가득 차고 넘치게 흐른다.


한 치의 머뭇거림 없이 갸름한 턱 굴곡을 타고 흘러내린다.
넘치고 넘쳐 하염없이 떨어지는  내川내川 흘러간다.


물이 되고 구름 되고 비가 되고 다시 내川내川 흐른다.
학교도 집도 짝꿍도 연필도 곡괭이도 논도 소도 개도 내내.





그와 그녀는 사랑하는 사이다



조각달이 구부러진 언덕길 지나 구름 뒤에서 바라본다.
새들이 놀다간 전선줄에 가만가만 다가가 모로 앉는다.
보다 못한 구름 툭 치며 말 걸어도 노란 궁둥이 씰룩한다.
한 곳에 북 박아놓고 보름밤 살냄새 지긋이 맡는 듯.
한 소절 아리랑 콧노래 부르다가 두 소절 아라리요 듣다가
기다린다는 부푼 몸이 바람에 실려 오다 전선줄에 걸리고
보고 싶다는 처진 눈빛이 달의 오금에 매달려 흔들리면
달 토끼 덩더꿍 달뜬 공이질에 시나브로 둥둥 달아오른다.





달빛은 요요하게 요요히



달이 밤새 들썩이며 피운 들꽃의 요요한 움직임에 홀린다.
꽃들이 흐드러진 들길을 달빛이 흔들리며 따라 걷는다.
달빛들이 허벅진 들꽃을 즈려밟고서 밭두렁을 건너온다.
달빛들이 여기저기서 꿈틀대며 요요한 강물을 건너온다.
꽃들이 흔들거리면서 달빛을 보고 하나둘 꽃잎을 피운다.


꽃향기에 밀려온 바람이 휘리릭 달빛을 당기는 것처럼
달무리 고것 참 요요搖搖하게 요요姚姚히 걸어온다.





어서 서둘러라



개나리야, 민들레야,
너희들도 어서어서 서둘러라


가랑비 밭고랑 지나다 말고
만지작만지작 바람 건드리며
살그머니 연초록 혀 내밀고 
둥둥 조각구름 빨아먹는 동안


서둘러라 재촉하는 바람에
새싹들이 너도나도
파릇한 환호성을 지른다.






■시작메모


꽃들의 하루다.
나비와 바람이 어루만지는 사이에서 문득 모음들이 힘겨워지면 자음을 잊게 될까봐 꽃들은 제자리걸음으로 걷는다. 기어이 따라와 지난 문장 가까이 다가가 앉으면 나비가 날개를 접고 꽃들은 나비의 하루를 묻는다. 하나의 꽃잎을 떨어뜨리면 나비는 날개를 접고 꽃들에게 꽃 진 사연을 들려주고, 두 개의 꽃잎을 힘없이 떨구면 나비는 날개를 보르르 떨며 꽃들을 위로한다. 꽃들의 사라진 입과 나비들의 사라진 소리를 스러져가는 바람이 가볍게 날리며 떠나간다.
나비들의 날개 짓이다.
온몸으로 빚은 꽃들의 거룩한 하루를 빌려 나비들은 춤을 추고 산란하고 비에 젖은 손가락을 털며 단 입술로 꽃들을 설레게 한다. 꽃이 되어 본 적 없는 나비와 숨을 나누어 마시고 나누어 줄 수 없는 날개로 날며 꽃들을 떨게 만든다. 나비의 날개 위에 바람의 마음을 담은 문장이 나비의 하루를 다 그려넣고 꽃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꽃들이 날고 나비가 웃고 바람이 덩실거리며 춤을 추는 하루가 가고 있다.
다시는 날지 말자 해도 날 것이고, 다시는 피지 말자해도 필 것이다.
바람 위에 앉은 구름이 꽃들의 하루를 묻고, 나비들의 날개짓을 품어도 숨을 쉴 수 없을 때까지 온몸이 입술인 꽃처럼 웃을 것이고, 온몸이 바람인 나비처럼 숨을 쉴 것이다.
두 팔에 고인 문장들이 꽃들처럼 웃으며 나비들의 날개가 만드는 가장 작은 그늘에서 쉬고 있다.
마른 손 끝에서 나비 한 마리 날아오른다.





*정령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연꽃홍수』, 『크크라는 갑』, 『자자, 나비야』. 막비시동인. 본지 편집위원.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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