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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정승열/소나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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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정승열/소나무 외 1편
정승열
소나무
바람이 가지를 흔든다
비대해진 몸뚱이가 또 한 번 기우뚱
절집 법당 쪽으로 기운다.
스님들이 문밖으로 쓸어버리는
패랭이, 아기똥풀 꽃망울 터지는
쓰잘데없는 고뇌들을
바람은 용케도 주어들고 와
색실처럼 풀어
소나무 잎마다 칭칭 감고
그때마다 한옹큼 무게를 더해
나무는 절집을 향해 기우뚱 기운다.
법당 안 부처는 늘 변함이 없는데
법당 밖 부처는 점점 비대해져
한 가닥 바람에도 가지를 흔들며
법문을 흘린다.
커튼
쬐끔 연 틈으로
서로 엿보고 있는
뜰 넘어 해바라기
그도 내가 궁금해
좁은 틈 반쪽 어둠을
헤집고 본다
반은 감추고
반은 숨기고
반은 눈에 담고
*정승열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새가 날개를 퍼덕여도 숲은 공간을 주지 않았다』, 『단풍』, 『단풍2』. 인천시문화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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