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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전방욱/발원을 찾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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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026회 작성일 20-01-2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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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전방욱/발원을 찾아 외 1편


전방욱


발원을 찾아



삶이 지치고 느릿느릿
시간의 부유물들을 싣고 떠내려 오는
하류를 닮아갈 때
가야 했었다. 발원을 향해


원류를 거슬러 간다는 것은 구도와도 같은 것
길 없는 숲을 헤쳐 나가면
가야할 곳은 사뭇 멀어져
어디가 원래의 줄기였는지,
숨이 턱에 받쳤다.


매화노루발, 두릅, 감자난초, 관중고사리,
까치박달, 거제수, 물푸레나무
참삿갓사초, 동의나물, 우산이끼……
온갖 볼품없는 것들이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이름을 달고


허리를 구부려 드려다 보니
습한 대지가 박동을 했고
샘물은 맥박처럼 쿵쿵 뛰었다.
금빛 모래가 팔랑이며 물줄기가 솟았다.


나는 무릎을 꿇고 손바닥을 펼쳐

대지의 틈을 스며 나오는
은혜의 물을 가만히 떠올렸다.
마치 묵은 죄를 용서받은 심정이 되어.





상추



상추가 불쌍해서 못 따신단다
얼마나 약한지 뿌리까지 뽑힌단다
어제도 여동생이 와서 화초처럼 키우랬다고
솎아줘야 한다는 얘기에
대답만 하시곤 안 따셨단다.
구순 접어드시는
어머니 일생이 늘 그랬다
가문 날 염천
실핏줄 같은 어린 것들에
흙 알갱이 물리듯이 모두
어머니 말라붙은 젖을 먹여 키웠단다
새끼들 하나라도 잘못될세라
고달픈 시집살이
다른 마음 죄 받을까봐 못 잡수셨단다
차마 거두며 사셨단다





*전방욱 199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구체적』. 묵시, 내항 동인으로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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