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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황상순/여우, 꼬리에 비밀을 감추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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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788회 작성일 20-01-29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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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황상순/여우, 꼬리에 비밀을 감추다 외 1편


황상순


여우, 꼬리에 비밀을 감추다



여우를 숭배하는 아프리카 도곤 부족이 최초로 시리우스별을 발견했다고 한다. 태양보다 스무 배나 밝은 별 시리우스, 그곳에서의 시간과 태양계에서의 시간은 같지 않다. 궁금하지만 빛도 8년을 넘게 가야 하는 별, 너무 멀다.


평사리 최참판댁 탱자나무 우듬지 가시 끝에 자벌레의 마른 몸이 붙어 있다. 그는 어느 별로 우화를 한 것일까. 온몸으로 일생 동안 나무를 올랐을 텐데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나무를 오른 평생의 시간과 무심히 그 집 뒤란을 걷는 내 소소한 시간의 길이는 같을까, 다를까.


서희도 길상이도 별로 돌아간 오리온좌 삼태성 부근 어느 동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이주한 아프리카 도곤 부족의 지혜로운 촌장님이 길게 목을 빼고 섬진강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다. 그 밝은 눈 아래 잿빛 긴 꼬리에 열쇠를 감춘 여우는 곧 발각이 되고 말 것인가.


비밀의 상자는 이내 열리고 말 것인가? 뒤란을 돌아와 마당을 서성이는 나는 어떤 자벌레로 꼬물꼬물 그의 눈에 비치는지? 궁금하여, 은하수 깊은 밤  하늘을 오르는 종이 등처럼 타오르며 시리우스, 멀고 먼 별을 향해 높이높이 우화등선을  하리라.





김 교수의 손목시계



애지중지 아끼던 시계를
김 교수는 더 이상 손목에 차지 않는다
시계바늘이 멈추어버린 까닭
오늘 홀연히 그가
시간의 수레바퀴에서 내렸기 때문
집 멀고 일정 바쁜 문상객들은
벌건 육개장에 소주 두어 잔씩 들이켠 후
주머니 속의 시간을 만지작거리다가
각자의 수레바퀴에 올라
서둘러 자리를 떴다.





*황상순 199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어름치 사랑』, 『사과벌레의 여행』, 『농담』, 『오래된 약속』 등. 2015년 한국시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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