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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신작시/송병숙/동학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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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21회 작성일 17-10-2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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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송병숙




동학사




동학사로 향하는 숲길은
애벌레들이 고공 낙하 중이다


꽁지마다 생명줄을 내리고
게릴라 작전 명령을 받은 결사대처럼
허공을 걷어차며 돛줄을 당긴다


법당은 하안거로 고요한데
거꾸로 매달려 입적했다는
등은봉 선사의 환생인 양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서 한생을 누리는
나나 너나
다음 생을 위해 날개를 기다리는
추한 미물이긴 매한가지 아니냐고


동안거를 마친 애벌레가 눈을 맞추고
나직하게 묻는다





텃밭



어머니가 엉거주춤 일어서신다.
머위, 씀바귀, 부추, 달래도 따라 고개를 내민다


쟁기처럼 꺾인 몸 나무 지팡이에 의지하고
고지서 몇 장 꽂고 가는 우체부에게 마실 것 건네듯
텃밭 식솔들에게 매일 아침
안부를 묻는다


맨드라미, 봉숭아, 과꽃들도 알아들은 듯 고개를 끄덕이면
아침 햇살을 떠 꽃봉오리를 그리시는 어머니


옹이 박힌 몸
눈 감으면 썩어질 거 아낄게 뭐 있냐고
턱에 받치는 숨을 한줌씩 밀어내며
뒤뜰 언덕배기를 오르신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기어오르는 일
속이 꽉 찬 배추고갱이처럼 끌어안는 일


목숨 한 끝은 땅에 묻고
한 끝은 하늘에 건 채
고개 숙인 모든 것들의
텃밭이 되는 일






송병숙 1982년 《현대문학》 초회 추천부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문턱』. 강원여성문학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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