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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호/신작시/허청미/그녀 뜰에 수국이 피는 까닭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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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2,078회 작성일 17-10-2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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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허청미




그녀 뜰에 수국이 피는 까닭은
ㅡ 아노니마*는 대지였다






베르린, 흑룡강, 자바, 스마트라, 혹은……
우주를 떠도는 유랑별 지구는 누더기 조각보
국경이 허물이지는 한 가운데 새벽 수국 같은 여자가 있었다


그녀 뜰에 오줌 냄새 진동한다
여기는 지금부터 내 영역, 수컷의 방식이다


임부의 젖무덤 같은 우윳빛 수국이 시들었다


휴먼이 짐승일 때, 영혼은 기화氣化되어 포연砲煙 자욱한
조각보가 만들어지는 형식이다


테라스 난간에 제라늄 목이 꺾이고
태양이 정수리를 비추는 대지는 밤이다
낮과 밤이 이음동의어가 되는 계절이다
누이가 아내가 어미가 전리품이 되는 세기다


블라우스 단추가 뜯기기 전에 단추를 풀어버린
먼저 바닥이 되는, 바닥은 본래 대지다
수유기를 기다리는 여자다


아비는 모르는
아침 식탁에 해바라기가 피는
아노니마 뜰에 수국이 피는 까닭이다


*영화『 우먼 인 베르린, 아노니마』의 여주인공 이름 차용.







다래넝쿨 휘감긴 떡갈나무의 계절은 굴욕이었을까


수리산 바람꽃 피면 더욱 아리송한 참과 거짓


낮은 바람꽃 따라 낮춘 출사들의 귀가 공손하다


푸르른 날 푸른 말 무성할 때
다래넝쿨에게 물어볼 일, 떡갈나무에게 들어볼 일
바람꽃의 귀뜸을 듣다


바람 분다 라오스 라오스 뜬금없이
먼 계절을 돌아 온 전서구처럼 바람꽃의 먼 안부가
궁금할 때


함부로 섣불리 아닌
꽃의 이름으로 꽃을 말하는 꽃의 방언을 듣다


녹슨 불발탄이 소녀의 발목을 먹었대
소녀는 꽃을 좋아했대
제 발목을 심은 녹이 슨 화분에서 핏빛 꽃이 한 가득 피었대


또 바람 분다 바람의 계절 안부 바람꽃에게 듣다


*지금도 라오스에는 베트남 전쟁 중에 퍼부었던 포탄 중에 불발탄을 분해해서 화분을 만들고 숟가락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함.







허청미 2002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꽃무늬 파자마가 있는 환승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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