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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서양숙/꽃이, 순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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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77회 작성일 17-10-2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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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서양숙




꽃이, 순간




철쭉꽃 벌겋게 핀 길가
두 남녀 서 있다
긴 머리의 여자
꽃잎이 가지에 기대듯
남자의 용문신 팔에 기대어
 
남자가 물고 있는 담배에
라이터를 켜자
여자의 얼굴에
남자의 얼굴에
철쭉꽃 환하게 확, 당겨진다
 
순간, 철쭉이 진다
벌겋게 진다
그들도 지고 있다






환희를 벗기다



출판 기념회를 마치고 와
컴컴한 주방에서 꽃다발을 푼다
겹겹의 포장지를 걷어낸다
포장지마다 매어놓은 철사의 매듭을 푼다
배배 꼬여 달아놓은 리본을 푼다
어디 축하의 마음만 있겠느냐
감아 놓은 반대방향으로 푼다
포장지를 벗기자
누렇게 변한 전지한 줄기
화병에 키를 맞추어 정성스럽게 꽂는다
시들어가는 꽃다발을 보기 위해






서양숙 2009년 《시와산문》으로 등단. 시집 『너무 오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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