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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이옥/일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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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 옥
일출
첫차를 타야 하룻길로 오를 수 있었던 서울
엄마는 꼭두새벽
쌀뜨물에 좁쌀을 넣어 끓인 물에
흰밥을 말아 주셨다
“온통 낯선 거 투성이니
배라도 두둑해야 서러움이 덜하다”며 말을 아꼈다
시골살이 딱히 살아갈 재간이 없었는지
나의 내일을 도둑 맞듯
무작정 완행버스에 짐짝처럼 올려졌다
창밖에 긴 터널 같은 어둠
유리창에 서렸던 성에꽃
입김으로 지워가며
보고자 했던 것들
굽은 길 넘어 넘어로
울진에 닿자
핏빛으로 물들었던 바다,
울고 있었구나 바다야
삭제되지 않는 시간
이별도 사랑이다
계절이 오가는 길목에 서면
커서의 깜빡거림으로 다가온다
휴지통에 담긴 메일처럼
아주 떠난 게 아니다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도 붉은데
내 안에서 멈춰진 시간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옥 2009년 《시에》로 등단. 저서 『 길인 줄 알고 간 사람 얼마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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