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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이강길/해거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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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05회 작성일 17-10-27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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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강길




해거름



어스름이 노을 한쪽
귀퉁이를 무는 해거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몇 발 떨어져 있던 산 그림자,
햇살의 눈꺼풀이 풀릴 무렵
저수지 위에 자리를 편다


웽웽거리며 산으로 들어간 전봇대,
슬글슬금 마을로 내려와
낮에 들은 소문을
아직도 확인하는지 수근수근


몇 년째 저수지로 출근하는
정장차림의 40대 남자,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천천히 밀치더니
물가를 몇 바퀴째 돌며
저수지의 허리싸이즈를 재고 있다





컴퓨터를 나온 거인, 사람에게 길을 묻다



  얼굴 푸석푸석한 사내가 들어선다, 그간 반상盤床의 크고 작은 성을 거침없이 무너트린 전사戰士, 이젠 더 오를 곳이 없는 전설傳說이 되었다.  거인巨人 ; 최근엔 수백만의 기사棋士를 단숨에 쓰러트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 몇 바퀴를 꿰뚫는 지능, 지치지 않는 체력의 소유자.


  초침이 침묵을 깨고 퍼뜩거리기 시작한다
  소목小目에 이은 삼련성三連星이 날렵하다
  귀에서 변邊으로, 변에서 중앙으로 흐르는 더딘 전개
  때로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흐름
  戰士, 중앙의 두터움이 부담스러운지
  손끝으로 가볍게 돌을 두드린다
  머리를 뒤로 몇 번 젖힌다
  4시간 쯤 흘렀을 시간,
  어두운 표정의 전사가
  시간에 쫓겨 내려놓는 한 수,
  집요히 빈틈을 파고들었지만
  가볍게 신음을 토한다
  돌이 반상盤上에 힘없이 미끌렸다


  플래시가 전설傳說의 고단한 얼굴에 스쳐가고, 한동안 흐르는 침묵, 그 남자는 지나간 흐름을 되짚더니 애써 웃음을 짓는다, 창가를 향해 걸어간다. 순간, 대국장 뒤편의 노트북컴퓨터가 더 빠른 속도로 숫자를  생성하고 있다.





이강길  2010년 《문학광장》 신인상 수상, 전북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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