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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정남석/연속적 모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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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남석
연속적 모순
무지개는 언덕을 내려올 생각이 없었다
언덕 넘어 언덕을 모르기 때문이다
언덕은 비탈지고 반사각이 깊어
하늘 전체를 기울여 놓았다
기우는 밤마다 다른 모양의 빵과
포도가 만들어지는 언덕
달의 입장에서 언덕을
별채처럼 지지했을 것이다
빵은 무지개를 위해 부풀었고
포도는 무지개를 쫓아 색이 선명했다
무지개를 쫓던 언덕은
빵과 포도의 숙성을 기다리지 못했다
빵과 포도를 위해
무지개는 언덕으로 돌아올 것이다.
당분간 비밀
뜬금없이 사라지는 쥐꼬리
고양이 약 올리는 재주가 있는 것이다
며칠씩 잊어버렸다가도 고양이 울음을 들으면
쥐꼬리를 떠올리게 된다
밤 말을 들어야해
쥐를 꼬드겨봐
고양이 발톱을 감춘다면
쥐는 꼬리 자를 결심을 할 것이다
꼬리의 방향이 감지되었다면
고양이는 울음을 참을 것이다
쥐는 굴 속에서
소리를 연구하고 고양이 걸음을 닮아가겠지
고양이 발목이 점점 길어지고
쥐의 꼬리는 짧아지지
발육하기 시작한 소리는 골목을 휘감고
꼬리는 당분간 비밀스러워지지
누군가 비밀 답안을 베끼려 할 때
쥐꼬리의 조문 소식을 듣게 되지.
정남석 2011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검정 고무신』, 『보들레르 알레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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