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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김관용/펭귄 파운데이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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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941회 작성일 17-10-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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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관용





펭귄 파운데이션



항문을 긁적대며 아이들이 쏟아졌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했다


그것도 욕망이라고 아이들은 털실을 감고 있었다


또 한 무리가 올 것 같다고 했다


한 웅덩이에서


한 모서리까지


사람들은 일제히 손가락을 들어 집어등이라고 했다


입이 되려는 순간 비가 쏟아졌다


잠깐이지만 아찔했다며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냉기와 열기가 다녀갔다






안나푸르나에서 온 편지



마른 티슈로 발을 닦는 동안 밤이 온다
식빵부스러기를 바라보는 까마귀들
그건 너무 쉬워 보였다 악몽은
사면체에 가까웠고 천막 속 불면이 빙벽으로 나부낀다
협곡은 심장에 닿아서야 입김으로 쏟아졌고
허리를 묶고 있는 자일에서 눈보라가 솟구쳤다
북천에 갇혀 있는 누군가를 위하여
동쪽 마르얀디 계곡을 타고 올라온 바람
낡은 문짝이 심하게 삐걱거렸다
굳게 닫혀있었으므로 더욱 들어가고 싶었어
너의 목소리가 유리벽에 맺힐 때
어둠 속 산의 모습을
야간보초병들이 뉘어놓은 엽총의 방아쇠라 생각해 보았다
총구가 어디를 향하고 있을지
다만 구름의 예민한 손가락이 닿는 순간
골짜기에서 튕겨져 오른 선들이 사라질 때까지
온몸을 뚫고 지나가는 형체들로 아득했던,
길은 밖에서 찾을 수 없었고
기적은 너무 외로워서 질문이 되었다
라고 쓴다, 썼다 지운다 그러나
순수란 자기가 속한 종의 냉기를 찾아 조금씩 희미해지는 일
다음 생의 고비에서 그것은 온전히 미신이 될 것이다
주전자에서 끓고 있는 영혼이 구름의 내벽에 매달리고
환청 속에서 자꾸 옆모습이 일그러진다
거울은 평면으로 보였지만
평면은 깊은 고독으로 얼어붙은 상자에 가까웠다





김관용 2015년 〈경향신문〉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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