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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김혜천/나무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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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혜천
나무새
저무는 들길 따라
마을 어귀 들어서면
노을 진 하늘가 우주목에
슬픈 새 앉았다
바람 불면 긴 장대를 타고
앞산 자락 훨훨 날아오를 것 같은
나무새
나라가 울타리 되어주지 못하고
탐관들이 앞자리 다툴 때
의지할 곳 없는 민초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삶이 가랑잎 같이 초라해질 때
꺼지지 않는 촛불 모인 곳
영혼의 소리 아로새긴 솟대여
샤먼이 받아 올린 종지를 물고
눈보라 날리는 허공을 날아오르라
눈보라 날리는 허공을 날아오르라
차 마시는 일
수종사 찻집에서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일은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일
숙우에 물을 따라
연주連珠처럼 일어나는 분심을 식히고
또로록 계곡을 흐르는 소리로 차를 우리면
멀리 흐르는 강물이 내 안으로 흘러들어 속진을 씻는다
여러 번 비워낸 그 자리에
침묵 너머의 소리가 고이고
퇴수기에 남은 그늘마저 버리고 나면
마음 등실 떠올라 모든 경계를 허문다
김혜천 2015년 《시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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