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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이인성/불면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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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인성
불면증
문득 깨어난 새벽, 외로웠던 잠
모두가 다른 얼굴로
계절이 익었다
시간
우듬지 말아 쥐던 빈 가지처럼
시계바늘은 탈진한 침묵, 정점에 가서야 분해되는 절규였다
얼마를 달려야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슬며시 문짝 틈새를 살피듯
시간을 돌아보는 습성이 생겼다
붙잡지 못한 체 손가락 사이 빠져나간 시간들
잠시 귓전 스쳤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속절없던 억양처럼
의미 없이 사라진 어제였다
늘, 기울었던 삶의 중심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고목나무 나이테에 골똘하며
기다림을 배우기라도 하는 듯
침묵, 웅크린 기억을 환생시키고
이끼처럼 파란 달빛 차곡차곡 쌓아
못 다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푸념은 눅눅한 하늘 달무리가 되어 아픈 달빛 다독이고
나의 망각은 익은 주문이 되어 깊어간다
얼마를 더 가야 죽음이란 문턱에 이를까?
슬며시, 문틈으로 새어나가 버린 시간을 살피며
문풍지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앞에서
시계추 무게만큼의
검정색 마침표를 찍는다
이인성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빛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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