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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박효숙/어떤 심심풀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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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933회 작성일 17-10-2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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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효숙





어떤 심심풀이




빈 하늘 바라보다 한 잔 하고
꽃이 피고 지는 사이사이 한 잔 하고
시 한 편 낭송하다 솔깃한 그리움에 한 잔 하고
산길에서 주운 바알간 낙엽 두어 장 마주보며 한 잔 하고
굳은 혀를 풀려고 이따금 한 잔 하고
상강 지나 마음 바빠진 겨울 어깨가 움츠려들어 한 잔 하고
스러지고 차오름이 내 마음 같은 달 보며 한 잔 하고
창문에 하나둘 불 켜지면 한 잔 하고
밤을 밝히는 빗소리도 불러서 한 잔 기울고
우리 언제 한 잔 하자는 얘기에 마음으로 미리 한 잔 나누고
이 남아도는 나를 어찌해야 할까,
탁자에 앉아 한 잔 홀짝이며 적막해지다가
문득, 꽃들을 바라보며
안녕? 얘들아, 한 잔 할래?






접두사‘개’



개연꽃 개두릅 개살구 개복숭아 개별꽃 개머루 개부처손……
참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닌 질이 떨어지는 보잘 것 없거나 변변치 못한 ‘개’라는 접두사


참꽃과 개꽃은 진달래와 철쭉의 속명, 식용의 꽃을 중시했던 조상님 지혜라 치더라도, 나름으로 손색없이 한 인물 하는데도 부당하게 디스 당하는 개싸리 개쓴풀 개여뀌꽃 개쑥부쟁이처럼, 아름답기가 주객전도 되어 수모를 겪는 개별꽃 개연꽃처럼, 아침마당 휴먼다큐 방송 후 산속의 귀하신 몸 개두릅 개살구 개복숭아처럼 ‘개’도 도리를 다하면 부처가 될 수도 있다는 개부처손처럼, 잠자리 사나워 꿈 뒤숭숭해 울적한 아침,‘개꿈인 걸’ 위안하면 하루가 만사형통처럼, 첫 아이 가졌을 때 그리웠던 호박잎 위에 강낭콩 숭숭 박힌 가마솥의 개떡처럼,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 무기질 사포닌 항산화물질의 보고寶庫로, 귀엽고 예쁘고 자그맣고 매촘하고 씁쓸하고 떫고 톡 쏘고 시고 때로는 독하고 까끌하게, 그대를 맞는 내 몸은 늘 신전이다


 저잣거리의 좀 덜된 무명씨 같은 이름을, 어쩌다 호적에 올려놓은 정품精品 아닌 이름을, 데면데면 홀대 받는 이름을, 개명까지 원하지는 않아, 품격 있는 이름을 바라는 건 더더욱 아니라고, 이름 때문에 자존감 떨어지는 시대, 접두사 ‘개’를 깨끗이 떼어 주리? 가장 너이면서 가장 네가 아닌 것처럼






박효숙 2016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은유의 콩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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