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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윤은한/입술마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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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탄
댓글 0건 조회 890회 작성일 17-10-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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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윤은한





입술마른




늦가을 밤비가 내린다
콘크리트 바닥 위로
떨어진 은행잎들이
먼지 앉은 가을을 씻어내린다


각도가 비뚤어진 사랑니
뽑힐 시간이 초침으로 다가오고
손가락에 기생하는 사마귀
무얼 뜯어 먹어려고 꿈틀거리는데
양말을 뚫고 나오는 피 묻은 발톱에서
귀퉁이가 떨어져 나간 초승달을 보았다


밤하늘에 달라붙는 속삭임에
착하다고 입술을 주었다
온몸이 메말라 가면서
뼈속의 생각을 불러냈다 


지워지지 않아서
찰나의 생각도 없이 끊어낸다
뿌리에서는 장미의 눈물이 고이며
또 다른 상처가 휘감는다


육신은 밤비를 맞으면서
메마른 결백을 입술에 적셔본다






가시




산등성이에 걸려있는 구름이
어둠과 섞이는 시간이다
노랗게 익은 탱자를 따려고
미로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요리조리 비틀면서 손바닥 안에 한 움큼 담아
빠져나오려고 뒷걸음질 쳤지만
뒤엉킨 가시들이 살아서 손등 깊숙이 들어온다
온몸으로 전이되면서
아픔은 붉은 꽃으로 피어서 울어댄다
빠져나올 수 없는 강물 같은 시간 속에
움켜 쥔 욕망을 놓지 못한다


붉은 입술과 입맞춤을 하면서
회색의 작업복으로 집을 지었다
짐을 나르던 등짝은 파업 중에
콘크리트 벽속의 붉은 가시에 질려
굽은 허리를 일으켜도 빠지질 않는다
바람이 불면
아물어가는 상처에 검은 별들이 박히고
통증은 화살처럼 날아와서 심장 속으로 꽂힌다
빠져나갈 수 없는 허공의 바람 속
손에 쥔 세상의 미련을 놓지 못한다






 윤은한 2016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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