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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김태일/쪼가리 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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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태일
쪼가리 배
하굣길엔 언제나 장터 구경을 했지요.
어느 날, 십 환짜리 용돈을 만지작거리다가
쪼가리 배를 사서 어머니 머리맡에 내밀었지요.
어머니는 지그시 눈을 감고 돌아누우셨지요.
여든 해 묵은 사랑 남겨주시고
어머니는 십 환짜리 공양을 안고 떠나셨지요.
자식은 어영부영 자라 어른이 되었지만
세상물정 모르는 놈이라고 눈총을 받았지요.
세상은 읽기가 참 어려웠어요.
온통 쪼가리뿐이었어요.
모처럼 쪼가리들이 한데 어울려
어머니의 둥근 얼굴로 떠오르는 밤입니다.
빈칸
카페 타르트봉봉에 가면 내 주문카드가 있다.
카드 빈칸에 도장이 다 찍히면 공짜커피를 준다.
시장에서 장사하시던 어머니의 자개농 속에는
도장이 빼곡하게 찍힌 일수장부가 수두룩했다.
하루하루 물건을 팔아 빈칸을 채워나가던
일수장부의 힘으로 집안경제가 돌아갔다.
오늘도 석양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다가
일수쟁이 아주머니의 야무지게 낡은 손가방과
밤늦도록 장사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삶의 빈칸에 오늘이란 도장 하나를 찍는다.
**약력:2013 《리토피아》로 등단. 문집『신라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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