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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양영숙/베이비박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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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16회 작성일 17-01-0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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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양영숙





베이비박스



울음은 어미를 찾는 것들의 냄새다


손에 잡지 못하고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냄새가 발견되었다


고양이가 꼬리를 들고 나타난다
서로를 부르는 울음소리
울음이 울음 속으로 어둠을 끌고 간다
겨울 틈으로 허공이 휘어진다


울음이란 비린내가 진동하는 밤이다


가령,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어미의 숨소리를 알아듣는다든가
꽃망울이 젖몸살을 알아챈다든가
비탈길에서 기울고 있는 그림자는 무엇일까


상자에서 발견된 공갈젖꼭지가 움찔거린다
어미의 실핏줄까지 빨고 있다








자화상



나는 손톱이 검은 청춘이었다
담장을 넘을 때마다 비바람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무가 비틀거리고 까마귀가 웅얼거렸다
두 눈은 사거리를 어슬렁거렸다
젖은 가출로 책상이 조금씩 넓어지고
그늘을 갉아먹는 애벌레로 자라났다


창문에 매달린 매미 한 마리 
울음을 열고 닫았다 검은 비행으로
손이 닿지 않는 뒷덜미에서 수군거림은 커졌다 작아졌다
나는 잠을 자는 동안에도 잠들지 않았다
물컹한 어둠에서 빛나는 악몽은
어떤 혈흔이 묻어나는 것일까


손톱은 점점 혈색을 잃어가고 자주 부러졌다 연필심처럼
검은 힘줄을 몸에 박고 수업시간마다 투명해지는
그때의 그곳을 입술로 문질렀다
청춘의 잎사귀를 갉아먹던
(교복과 가방, 혓바닥의 검은 색깔들)
깨진 손톱 밑으로 흐르는 여름이었다






**약력: 2013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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