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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이향숙/아르바이트 거리에 비는 내리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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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525회 작성일 17-01-0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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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향숙





아르바이트 거리에 비는 내리고




먼 타국의 땅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에 비가 내린다
혁명의 노래는 벽에 걸려 나부끼는데
고려인 3세 빅토르 초이는 슬픈 자유에 젖고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했던가
푸쉬킨은 아내의 손을 잡았던가 아니던가*
그와 그녀 사이엔 무엇이 있었나
노여워 말라던 시인은 이 거리를 걸었을 게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결투를 신청하던 사이
시인의 가슴엔 붉은 비가 내리고,
타인들은 또 다른 타인들 사이에서
동상에 손을 얹고 찰칵!
사랑이여 이루어져라


아르바트 거리에 비는 내리고
나를 통과하는 바람, 비 그 무엇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하던 당신의 젖은 목소리
푸쉬킨의 코트 자락 끝에서 펄럭인다


   * 푸쉬킨과 아내의 동상은 서로 손을 잡은 듯 보이나 실은 사이가 떨어져있다.









잼잼



그녀는 형편을 고려하는 듯 보였다
재고 또 재고


잼잼
손을 폈다 쥐었다
쥐었다 폈다 한다


숨을 쉬라하면 한 번 펴고
쉬어보니 어때 하면 얼른 잼잼을 한다


잼잼
마음을 쥐었다 펴고
폈다가 쥐곤 한다


가위 바위 보!
습관처럼 주먹만 내는
웃자란 가지 하나 잘리는 건 죽어도 싫은
끝끝내 제 몸 한 번 활짝 펼치지 못하는
죽기보다 싫은 주먹은 자신을 더 꽈악 움켜쥔다


잼잼 놀이를 끝내지 못한 그녀를
커다란 보자기로 보쌈해가는 사내
그녀는 보자기에 포함되기만을 원했다
가위 바위 보
잼잼








**약력: 2013년 《시와소금》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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