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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강시현/두려움을 넘던 그 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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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689회 작성일 17-01-0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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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강시현





두려움을 넘던 그 때



감잎 그늘 아래로 파고들던 햇살을 신고
낡은 신발이 되어 가파른 비탈을 오르던 때 있었지
가슴엔 함박눈처럼 두려움이 쌓여 다져지고
마음의 좁은 골목이 차가운 바람에 휘파람 소리를 내며
어두워지던 때 있었지
한치 앞이 보이지 않던 우울한 연명의 시계바늘 멎지 않고
어둠만이 불면의 나날을 덮치고 위로해 주던 시절
인생은 정지된 그네처럼 외로운 것이어서
철마다 길을 잃어버리고 주저앉아
어둠과 뒤섞여 사라지던 창백한 이웃들 있었지


외로운 것들은 모두 어둠의 이데올로기로 짠 무지개였는지
실개천이 한 생애를 보내고 있다
붉은 잎은 하늘의 두려운 전갈을 받아 피를 쏟고 떨어지고
바닥엔 어김없이 흥건한 물들이 마지막까지 살아남기 위해
다투며 파놓은 가련한 흙주름살
고난의 물들을 흘려보내고 마른 몸을 드러낸 실개천을 걸으며
오로지 어둠의 무지개를 떠올리는 것은
굴종없이 용감히 죽을 곳을 찾아 남은







박스의 통증



혼이 빠져나간 허름한 육신처럼
엄숙한 북방의 장례처럼
늘 그 안이 궁금했네


푸른 사랑이 다투어 빠져나간 면적
혁명 따위
빈 박스 바깥에 갇혀버렸네


직립보행의 시간들이 무거워
살아남으려 발버둥쳤다는 아픈 진공
식당문 밖에 던져진 뼈다귀 하나를
여러 마리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우악스레 물어뜯듯
박스의 세월은 늘 배가 고팠네


무겁고 어둑한 세상을 끌었던 것들 모두
바람을 닮아
속이 비고 허리가 굽었네








**약력: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태양의 외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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