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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박영옥/신호등과 푸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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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953회 작성일 17-01-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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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박영옥






신호등과 푸들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었다
틈만 나면 고향을 가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나는 그 길을 걷곤 했다
밤 사이 내린 눈
바람 불어 눈 날리는 길을 걸었다
어깨를 웅크린 사람들 얼굴을 돌려 앞섶을 여몄다
누군가가 버린 것일까
신호등 몇 번 바뀌는 동안
사람들 가랑이 사리를 돌며 낑낑거리는 푸들 한 마리
눈 위에 엉긴 발자국이 어지러웠다
초록불이 껌벅거리다 꺼지고 차들로 채워지는 횡단보도
한 순간 바람이 지나가고
은행나무 위에서 허리가 잘린 한 뭉치 눈이 툭 떨어져 내렸다
횡단보도 끝에서 여학생 몇 외마디 비명
차들 사이에서 튀어나온 오토바이와 부딪치는 강아지를 보았다
웅성거렸던 사람들 초록신호를 따라 제각기 흩어지고
얼음으로 서있던 학생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푸들 목에 걸려있던 별이 생각났다


청소차의 경광등 소리가 사라진 자리
어깨를 웅크린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가을비 내리는 날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아무 것도 묻지 않기로 한다
아침에 들어 온 그에게
서른 송이 장미꽃을 받아들고
거미줄 같은 한숨을 쉰다
습관처럼 되어버린 침묵 
창밖 산수유 마른가지 위로 가을비가 내린다
작년 이맘 때 안방 벽 귀퉁이에
달아두었던 스물아홉 송이 장미
먼지가 일 년치 무게로 쌓인 꽃을 떼어내고
나는 다시 서른 송이 장미를 건다
하얀 벽에서 더 붉어진 꽃잎을 바라본다
밤마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말라가는 꽃잎처럼 돌아오고
장미는 오늘도 거꾸로 매달려
마른 꽃잎이 되어간다


벽에서 유난히 붉은 장미
서른 번째 결혼기념일







**약력: 2016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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