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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신작시/황상순/리스트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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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980회 작성일 17-10-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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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황상순




리스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없다. ㄱ에서 ㅎ까지, 다시 ㅎ에서 ㄱ까지 면밀히 살펴봐도 내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예감이 좋지 않다. 저 블랙홀 같은 리스트에 내가 없다니.


검은 것은 나쁜 것, 하얀 것은 좋은 것. 블랙과 화이트를 구별하는 것은 피 한 방울만으로도 명백히 드러나는 일. 너무 많은 생체실험으로 리트머스 재고가 바닥이 났기 때문일까. 나는 가슴에 주홍글씨를 달지 못하였다. 나는 발바닥에 N극도 S극도 갖추지 못한 맹탕 행성이어서 어느 은하에도 가 닿지 못하였다.


블랙홀은 왜 나를 빨아들이지 않았지?
화이트홀은 왜 나를 삼키지 않았지?


거울을 들여다봐도 내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거울 뒷면을 샅샅이 살펴봐도 내 몸이 없다. 머리는 독수리 깃털마냥 장식으로나 달고 다니고 손도 발도 보이지 않아 나는 이제 투명 망또를 걸친 인간이다. 그렇다, 어떤 색깔의 리스트에도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행성에서도 무색투명한 나를 찾지 못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 섬세한 손길의 리스트 피아노 소리는 귀로나 듣는 것.


-나는 단지 먼 발치서 일곱 색깔의 무지개를 사랑할 뿐.





앓던 詩



머리카락 한 올이 이빨 사이에 낑겼다
손가락으로 집어 빼내려 했으나
잡았다 빠지고 잡았다 또 빠지고
침은 주루륵 흘러내리고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버려 두었다


잡지사에 보낼 시 몇 편을 수정하다가
몇 번 입맛을 다시던 중
술러덩 머리카락이 그냥 혀 위에 올라 왔다
고거 참 시원하다!


詩, 잘 고쳐졌는가 보다.





황상순 1999년 《시문학》 으로 등단. 시 집 『어름치 사랑』,『사과벌레의 여행』, 『농담』, 『오래된 약속』등. 한국시문학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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