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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특선/황영선/사막의 낙타가 우는 법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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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10회 작성일 17-01-0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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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특선

황영선





사막의 낙타가 우는 법




시작도 끝도 우매한 건 사람이었다
활활 솟아오른 불길을 올린 것도 사람이었다
어이없는 주장에 속고
그 주장에 저항해 보려하지만
애꿎게 울음 우는 진실마저 묵인해 버렸다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나랏법
심신이 미약한 나랏님들
모래바람 날리우는 황무지에서도
너는 묵묵했지
지구가 너무 사납고 시끄럽다
보이지 않고 일그러진 우주 안에
애초부터 인류는 나약했다
소리 없이 하늘을 넘어온 울음이
꽃이 되고 햇빛이 되고
하여, 더는 목마름이 없어야 한다







떡잎의 발설




지금 나는 시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아직 미숙한 나를 적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밀어올립니다
일그러진 우주를 피우기 위하여 오랜 기다림이
흐린 것과 낮은 것 강한 바람과도
말 걸어 친구합니다
깊어지고 깊어지니 달이 봅니다
가끔 흔들리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두 같은 길 동무 아니겠는지요
산다는 것이 흉내인지도 모르지만
완성을 위해 하늘에 맡겨 볼 일입니다
맨 처음인 내가 온전한 이름 아래
살아갈 수 있도록 더욱 상냥해야 겠습니다
시는 아직 미완성입니다







은유의 누드 혹은 무등산
―누드 화가 배동신





저토록 아무렇지 않은 듯 뜨겁네
역사를 물려 키운 덩실한 젖가슴 사이로
저 멀리 무등산 자락이 펄럭이네
높지도 낮지도 않은 편안한 둔덕 위
몸 날린들 예사로워라
거칠게 투박하게 여자를 뉘어
당차게 올곧게 어머니를 터치하네
대담한 저 몸짓의 무등산이 펄럭이네
몸을 낮춰 더욱 고결한
산 산 무등산 여자 그리고 어머니
굴곡의 선 앞에 오롯이 한 세상을 뜨겁게 피워낸
눈부신 당신







청과물조합 그녀




서른아홉에 청상이 된 여자
삶은 고독과의 싸움이라고
소주 몇 병에도 정신을 놓지 않은 그녀는
명치끝을 찌르는 딱딱한 실체를 부끄러움이라 했다
성격만큼이나 무딘 오장육부
문드러질 때까지 내려놓지 못했던 삶
여자는 문고리에 걸린 생을 얼른 거둬들인다
공것 같은 생이란다
공것 같은 삶이란다
청둥번개를 동반한 호우주의보
삶의 정곡을 두드리는 청둥소리는 그녀의 오리된
통증을 잘게 잘게 부수고 있다


빗길 위험 방지턱
목구멍에 탁 걸린다








착각



세상의 먼지들과 몇 잔의 짠 눈물과
나만의 어둠 나만의 혼돈과 착각 속에서
나는 시멘트 바닥에 엎드린 신문지다가
세상의 지배자가 되기도 한다
구속 없는 무한 착각 속에 침묵은
그야말로 자유롭다
고독을 모르는 사람은 죽을 때도
눈부신 고독을 안고 간다
모든 것이 스승인 채 하는 세상에서
나는 두 발 달린 짐승이다가
스물한 살 처녀이다가
버리지 못한 또 다른 나를 만난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아무 것이게 하는
착각 속
너는 내가 될 수 없고
다만 닮아가고 있을 뿐이다








**약력: 2009년 《문학시대》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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