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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김계영/곁을 만지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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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김계영
곁을 만지다
소소한 일상이 심란한 날에 한 줄의 위로를 받았다
무엇을 탓할까 조바심하지 마
처음부터
질문을 풀어 놓을 것은 아닌데
나무 등걸에 매달린 생의 굴곡을 읽으려는 것도 아닌데
날개 단 새들이 찾아와
고목에 얽힌
별과 달과 숲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다시 떠나간 뒤였다
멍들고 녹슬어 가는 삶의 이력이 그렇듯
나날이 시간을 더하기 셈하며
따뜻한 수온을 느낄 때쯤
제 몸에서 삐어져 나온
끈적한 송진이 아픈 상처를 메워 주었다
쓸모없어도 두고 보았던 상처
상처 난 시간의 틈새가
이슬 맺힌 잎사귀에서 파닥거리고 있었다
껍데기의 영상
걷는다
쉬지 않고 걸었으나 서 있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누군가는 더 서두르라고 하지만
개미 기어가는 소리며 사각거리는 나뭇잎 소리
작은 소리들이 기지개를 켜듯이
지반을 흔드는 소리로 들리는 것을
누가 알겠어요
머지않아 가버리고 말 것들
어쩌면 삶 아래로 누락된 것일지도 몰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선언에 대한 반항인지도 몰라
더 이상 잃어버릴 것도 없는 길목에서
허공에 매달린 붉은 감의 속사정은
속절없이 익어간 깊은 정인지도 몰라
관 속의 주검으로 존재할 때까지는
가진 것마저 잃을까 봐 나아가지 못한다더니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구멍에 대한 공포일지도 몰라
어둠이 무게를 싣고 가려는 발끝에
아직 고요는 멈춰 있고
어딘가로 호젓이 탈주하고 말
껍데기의 영상을 누가 알겠어요
**약력:1998년 《포스트모던》으로 등단.한국시인협회, 강남시문학회, 시산맥회 회원. 시집 『먼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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