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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전방욱/일몰日沒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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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69회 작성일 17-01-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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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전방욱





일몰日沒




육지의 가장자리를 지우면서
바다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확대되는 해안선,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파도 아래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흔적을 잃기 시작하는
논과 밭이며
저지대의 집, 마을 길, 동리들
의미도 없이
떠다니는 우리 사랑의 말들
급기야 상상력까지 게걸스레 집어삼키며
이 곳 고지대에도
짙은 허무의 세력은 몰려 오리라
상대되지 않을 싸움은 곧 시작되리라
숨죽이면서 혼잣말한다
도대체 이 세대가 지나고 나면 과연 누가
여기서 사람이 살았노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인가?
끝까지 살아남아 그 날의 해일海溢은
노아의 홍수처럼 굉장했었다고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나 남아 있을까?
무력감에 빠진 채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우리를 휘몰아치는
크고 강력한 힘을 느낀다.
구원을 기다리는
마지막 교신처럼 먼데서 붉은
집의 불빛이 반짝이다가
이내 어둔 물밑으로 사라져간다.






설경雪景



1.
하늘에서
느닷없는 새 떼들이 떨어진다
날개를 접고 가뭇하게 몸을 던지는
상심한 새들
그대 누구기에 즐비한 주검들을 몰아가는가
오늘 하루마저 나를 얽매어
어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뜨리고 있느냐
찬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첫눈이 오는 거리를 바라다 본다


2.
습관적으로 차단을 처단이라고 잘못 읽는다
버림받은 느낌의 참담함-
부드러운 것마저 세상을 차단할 수 있다
사랑도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다


3.
눈발이 날린다, 날리다 쌓인다
원경이 지워지고
근경이 희미해지고
사람들은 헤어지고
그대에게 가는 길이 아무리


하여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온통 환하다


고립무원孤立無援
나를 닮은 사람이
백색의 세계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다.







**약력:199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묵시, 내항 동인. 현 강릉원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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