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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호/신작시/정서영/푸르른 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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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서영
푸르른 날
매미가 하염없이 소리치고
섭씨 34도가 지속되는 날들
노란 화병 속 노란꽃들이
수천 년 피고 지는 가뭇한 시간을 따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너를 향해 달려간다
하늘이 솟구친다
숨을 고른다
출렁!
단풍나무 그림자가
푸른 창가를 기웃하는 찰나
세상이 온통 너의 울음으로 꽉 찼다!
이천십육년 전. 밤.
아홉 시. 삼십구 분.
거룩한 축제가 시작되었다
유리병 속 세상이다
세수를 한다 밥을 먹는다
덴드롱과 베고니아 꽃이 모두 지고
베란다는 그냥 그 자리에 있다
핀란드의 하늘. 창틈 사이로
차갑게 떠 있는 해를 향해 손짓한다
안녕. 잘 가.
체크무늬 남방의 남자가 노래를 한다
말없이 듣는다
계절이 바뀌어 춥다 투덜투덜
네네 알겠습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지요
멈춰있는 모래시계 위 부엉이가 앉아 있다
고목나무 눈썹 하나가 툭 떨어져
넓적한 몬스테라 이파리 위에 눕는다
아무것도 없다. 없는 것이 없다
불꽃 속에서 꽃이 피고
아무 일 없이 지금. 바보처럼 고요히.
**약력: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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