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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신작시/지순양/바위 틈새마다 길을 품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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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지순양
바위 틈새마다 길을 품다
오래된 제자가
암벽 등반하는 사진을 보내왔다
암벽 갈라진 틈에
손을 끼우고
발을 밀어 넣고
한 줄
탯줄에 몸을 걸고
매달려 있다
웃는 얼굴에서
산보다 큰
절벽보다 단단한
한 여자를 보았다
어릴 적 꿈 부서진 틈에
발끝을 끼우고
손끝을 밀어 넣으며
생명줄 같은 자식 하나
허리에 매달고
현실의 암벽을 오르는
한 사람
눈물 녹은 자리에 웃음이
허공의 바람 속에서 자라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틈새마다
길을 내고 있다.
새벽 두 시 판타지
딸랑 딸랑
건널목을 깨운다
건널목 잠을 끌고 터널로 들어간다
철퍼덕 철퍼덕
잠은 루소를 꿈꾼다
피리 소리에 춤추는 뱀
고개 숙인 사슴 눈을 가진 사자
소파에 잠든 여인
여인을 훔쳐보는 황소
그리고 밀림과 꽃들이
팝콘처럼 튀어 오른다
목소리를 삼킨 기차는
꽥 소리도
삑 소리도 못 지르고
터널을 빠져 나간다
꿈만 남겨두고
철커덕 철커덕
* 앙리 루소: 프랑스 화가. ‘꿈’ 등의 작품이 있다.
**약력:1999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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