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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신작시/나석중/악필법握筆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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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나석중
악필법握筆法
손아귀에 칼을 쥐고
뻣센 터럭 밀어내고
내장 비워낸 맨 살 맨 몸통에
골똘히 시연하고 있는 악필법
시간屍姦 하듯
길가 쥐똥나무처럼 뻗치는
성욕도 샘솟는 식욕도 낱낱이
살 발라내고 있다
샅샅이 뼈 추리고 있다
목 떨어진 돼지가 무엇을 알 것인가
사후死後란 새하얀 백지장 같아서
악필법을 시연하고 있는 저 사내
부위 별로 골라 먹일
저 쿠션 좋은 육질에는
거침없이 파고드는 새파란 칼날도
마침내 어두워진다.
청바지
낡은 청바지가 무람한 나를 꿰어 입고 출발하는 하루
아무데서나 주저앉아도 좋은 편리 때문에 근엄 따위는 잊은 지 오래
청바지엔 유지할 품위가 없으므로 짝퉁같이 보이는 것이 더 자유롭다
청바지는 혁명을 꿈꾸지 않는다, 한때 청바지가 옷의 혁명이었으므로
아무리 꽃샘바람 드세어도 청바지에 와서는 잠잠해진다
태풍도 혁명을 완성한 청바지 앞에 와서는 미풍이 된다
청바지는 푸르러 마냥 하늘이다, 낡고 헤지면 더 우러러보는 저 하늘
나는 하늘을 입고 오늘도 두려움 없이 세상에 나선다.
**약력: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활동. 시집 『숨소리』, 『나는 그대를 쓰네』, 『촉감』, 『물의 혀』, 『풀꽃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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