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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신작시/권월자/억새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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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95회 작성일 17-01-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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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권월자






억새



들판을 메웠다. 정상 가는 길 놔두고 양 갈래 은색으로 번쩍거리면서 휘황한 달빛을 담아내는 그 자태 자못 중전마마다. 수많은 솜털들이 바람을 타고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한다. 속이 빈 듯 가벼운 몸이지만 대공을 밀어올려 풍성하고 소담스런 꽃을 뭉쳐놓을 줄 아는 재주 아무나 흉내 내지는 못하리라 자신감을 뭉치면서 술에 취한 듯 거들떠보지도 않는 듯한, 팔자걸음을 옮기면서도 눈길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가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준 고마움에 꽃비를 뿌려 화답하고 처음 찾은 이에게는 화사한 미소로 눈인사 건네주고 억새는 그렇게 정상으로 향한다. 갈색 대공 갈빛 참한 야윈 손가락, 바람에 나부끼긴 하나 뿌리는 결코 다른 줄에 서거나 날아가 먼지가 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황석어 젓갈




바닷물을 머금었다. 적당한 염분에 날렵한 몸매는 기본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작지만 우월한 체격, 어슴프레 황금색 이 돈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그물에 몸을 맡기면 독 하나 준비하여 바닷바람 붙잡아다 햇볕에 그을린 소금 휘~휘~ 뿌려 켜켜이 포개져 기다린다. 지칠만하면 뚜껑 열리고 도마 위에 오르니 다져져서야 비로소 인정 받는 신세다. 눈물나게 만드는 청양고추를 자박자박 썰어넣어 버무려야만 개운해지는 존재다. 목포, 추자도, 연평도 바다를 누비던 날렵한 몸놀림 어디로 갔더냐. 은행잎 나전칠기로 탄생한 식탁 위에 올라서고 보니 한순간의 꿈이었고나. 내 한 몸 스러져 그대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그것 또한 꿈이 이루어진 것이리라.  조기젓과 헷갈리는 모습과 맛이지만 이름값은 해야지 황석어 젓갈.







**약력: 2015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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