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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근작읽기/정무현/딱지치기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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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344회 작성일 17-01-0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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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작읽기

정무현





딱지치기



세게 내리쳐야 한다
그렇더라도 지렛대 발이 필요하다


넘겨야 할 놈에 비하면
발이 높아 어림없어 보이지만
쓸모없어 뵈는 돌덩이가
돌다리를 만든다


치는 순간 세상은
오직 넘겨야 할 대상이다.







한지공예



샛노란 산수유꽃이 피어 있다
단풍보다 붉은 계곡의 물소리
그 속에서 탁주를 들이키는 선비
낙관과 함께 꿈틀대는 호탕한 웃음소리
손바닥만 한 공간에 온 누리가 들어있다
곳곳에 길이며 산이며 마을이 있고
하늘 곳곳엔 해며 달이며 별들이 알알이 박혀있다
떠나려는 선비 일어서지 않는다.
무심한 듯 고갯길을 내려오는데
그녀의 음성이 귓가에 맴돈다
-잠시 후 좌회전입니다
-좌회전 후 직진입니다






열꽃



눈물이 난다. 겨드랑이에서,
가슴에서, 등에서, 발에서


열꽃이 핀다
온몸에 뜨거운 열꽃이 솟는다
뼈가 내려앉도록 걸은 탓이다
머리가 터지도록 계산한 탓이다
아무리 걸으며 계산해도 답이 없는 답이다


보이는 대로 볼 수밖에 없는 눈
감을 수 없어 못 본 체 할 수 없어
열꽃이 핀다.






연무 비상



어둑새벽은 돌아 설익은 모양을 드러내고
뿌연 고요는 일순 매혹으로 번진다
발목에 닿는 밭둑길 이슬 두른 풀잎에서
온몸으로 새벽을 빨아올린다
치걱대는 밭둑길 연무 속에서
물비늘 꽂히는 길을 지나야 꿈의 자락을 잡는다지
드러나는 밭이 번지면서 희망산이 둘려 있는데
이 터전에서 싹을 틔운 아이가
햇살 바르며 솟아오른다.






레코드



꿈이 소리로 흐른다. 아치스의 슈가슈가는 그대에게 눈뜨고 필링소우굿은 절정에 이르렀다. 박인수의 봄비에 그대와의 흐느낌을 알았고 존덴버의 록키마운틴하이로 눈은 다시 빛났다. 키메라의 신천지 얼굴은 팝페라의 대명사가 되고 모차르트의 피아노곡은 아침 커피가 필요한 이유를 알려주었고, 베토벤은 운명처럼 사색에 머물게 했다. 지금은 레코드 안에 들어앉아 버린 꿈, 언제나 소리로 꿈을 만든다. 아버님의 18번 유정천리도 한때의 꿈이었을 터, 내가 살아온 길이 레코드 안에 들어있다. 까맣게 돌고 돌아 결국은 작은 점으로 돌아간다. 하얗게 바뀐 시디에서 인생 뭐 별 거냐고 소리가 흐른다.








**약력: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풀은 제멋데로야』.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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