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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신작시/송영희/거기, 그 깊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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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30회 작성일 17-01-0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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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송영희






거기, 그 깊은




숲속 오래된 집을 찾아 갔었네
마당은 어두웠고 집은 비어 있었네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그러나 그 어깨들은 수척하여
몸에서는 외로운 냄새가 깊었네


창포 피던 연못은 갈댓잎으로 뒤덮여지고
물속 어둠 아래엔 무엇이 숨어 있었나
수면 위로 언뜻 스치는 그림자
오래된 것들은 햇살도 눅눅하여 
바위들은 습습한 남자의 동굴 같았네


주인 없는 동안
이 숲엔 누가 와서 살았을까
어느 영혼이 와서 깃들었을까
낮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들
치악 아래 신들이 산다는  
신림神林의 숨겨진 골짜기가 아니더라도


해당화 몇 송이 핀 여긴
어느새 시간이 길게 멈춘 곳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캄캄한 시집詩集 속, 누가 혼자 들어가고 있나.







우리 풀이었을까



네가 떠난 아침은 바람만 불었다 마을은 텅 비고 길 끝은 적막했다 ​배웅하고 돌아오며 누가 가꾸고 있었는지 ​아슬아슬 덩굴풀들만 남아있는 꽃밭을 만났다 온몸이 휘어지도록 바람 따라 꽃들이 흐느끼는데 그동안 우리 그리 안간힘이었을까 만지면 이상한 냄새가 나는 풀, 그래서 손끝에 닿자마자 이별을 생각하는 꽃 같았다 생각해 보면 쟁쟁쟁 종소리라도 날 것 같은 시간들이었는데 마디마디 후회의 냄새가 숨어있었다 창가에 길게 늘어뜨린 꽃길을 따라 그동안 스치듯 스며들었던 마음 사이를 걸었다 그렇구나… 이제 정말 모르는 사이가 되어가는구나 이제 우린 너무 먼 곳… 그동안 풀들은 얼마나 오래 흘러가는 구름들을 바라보았을까 여름내 저 구름들은 내 안에 있었지 내 몸을 살다간 황홀한 낱말들, 다정한 동사들, 밤이면 달빛으로 축축하던 기호들, 그 시절 초원에서 우린 정말 풀이었을까.









**약력:1968년 《여원》 신인문학상, 1998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대요나에게』, 『불꽃 속의 바늘』, 『나무들의 방언』,『마당에서 울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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