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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신작시/이운진/선셋 증후군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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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운진
선셋 증후군
나의 불행으로도 당신을 감동시키지 못해서
하늘에서 가장 먼 이곳까지
저녁이 온다
고양이와 꽃과 구름과 물결을 가지고도 행복할 수 없는
마음속으로
어둠이 온다, 기억이 온다
마지막 입맞춤 다음의 또 입맞춤처럼
아직 망설일 시간이 남아 있을 때
나는 긴 그림자를 세우고
길모퉁이에 서서 서둘러 운다
날마다 날마다 오는 저녁에게라도
마음이 들키기를
고양이와 꽃과 구름과 물결이 모르는 정처로
내 무거운 걸음이 시작되기를
저물고 묻히는 하늘 속으로
섭섭한 눈빛을 닮은 어둠이 오면
누구라도 갖고 싶어 할 슬픔의 이유들이 짙게 붉어진다
고백을 위해
너는 듣지 못하고 나만 듣는 말 속에는 비밀이 있고 너는 듣지 못
하고 하늘이 듣는 말 속에는 참회가 있었어 너는 끝내 아무 말도 듣
지 못하는데 나는 비밀도 말하고 참회도 했어 저녁마다 기도를 드리
는 무신론자처럼 회개하는 바람둥이처럼 수많은 말을 했는데 너는
모르지 새로 내린 눈송이만큼도 모르고 별의 습관만큼도 몰라서 나
를 모른 척 하지
나의 비밀은 고독했고 참회는 완전했지만 너를 죄인이게 할 고백을 위해
나는 아주 짧은 말 하나를 눈물방울처럼 다듬어서 간직하고 있어
**약력:1995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모든 기억은 종이처럼 얇아졌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질 너에게』, 『타로 카드를 그리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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