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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호/신작시/나석중/냄새의 독불獨不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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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나석중
냄새의 독불獨不
전철 경노석에 육중한
무슨 시커먼 육식동물인 양
자리 하나를 독식하고 가는 냄새
옆에 두어 자리 홀랑 비어두고 가는 냄새
벼랑과 굶주림과 멸시와 따돌림과 굴욕과 함께
노숙하며 찌든 야생의 냄새
체념의 화석 반짝이는
감히 누가 그 앞에 얼씬거리지 못하는 냄새
겨울옷 몇 겹을 껴입고도 웅크리고 있는
군자역에서 하계역을 지나 노원역을 통과하는 냄새
수락산역에서 내리려나?
도저히 하차 지점을 가늠할 수 없는 냄새
냄새 한 마리 고요히 눈 감고 있는 냄새를
머리 위 선풍기가 열심히 빗겨주어도
끝없이 피어오르는 냄새의 보푸라기
저 불가촉의 냄새의 독불
악필법握筆法
한 처음 까마득한 날에
자그마한 빛이 생겨났다네
그 빛은 빛을 낳고
온 세상 널리면서
사랑의 씨앗을 가득 퍼뜨렸다네
빛이 있는 곳에
꿈은 피어난다네
어둠을 쫓아
빛이 터지는 작은 틈새마다
불씨가 되어 터뜨리는
사랑의 씨앗은
계절의 변화에도 구색 맞추어
온 산하에
아름다운 향기 담뿍 안기며
꿈길 찾아
오색 꽃망울로 피어난다네
**약력:2005년 시집 『숨소리』로부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숨소리』, 『나는 그대를 쓰네』, 『촉감』, 『물의 혀』, 『풀꽃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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