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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이난희/다시 4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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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난희
다시 4월
살 없는 나무들의 뼈가 바람을 헤치며 노를 젓는다
급박하게 봄을 관통한 꽃잎들 함박눈처럼 쏟아진다
눈이다
세 살배기 아이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맥아더동상 앞으로 달려간다
후후, 천진난만 입김이 꽃잎을 일으켜 세운다
지난봄을 놓친 사람들의 기침소리가 쿨럭, 부두로 가 닿는다 축축이 젖은 발들이 속속 모여든다
봄볕은 생면부지 심해처럼 낯설어
발목까지 내려온 꽃잎이 유령처럼 목소리를 낮추어 걷는다
우리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아직 상륙하지 못한 꽃잎들
마침내…
처절하게 매달린 유리창에서 별빛을 긁어모은다
의외의 사실
죽은 이가 그리운 게 아닐지도 몰라요
봉긋한 무덤이란
따뜻할수록 쓸쓸한 젖무덤 같은 것
산 사람이 산 사람보다 먼저 와 두런거리네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눈물이
곧 죽어도
방금 다디단 밥을 먹고 왔다고 버티네요
산 사람보다 먼저 와 곁을 내주는 그림자
이리 와,
따뜻한 탕국 한 그릇 먹고 가지 그래
기척 없이 빠져나가는 누군가도
산 사람이 그리운 게 아닐지도 모르죠
**약력:2010년 《시사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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