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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정미소/초승달에 반하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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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정미소
초승달에 반하다
그의 내향성은 후천적이다 천성이 어질고 반듯하여 피붙이의 보
살핌을 조석의 낙으로 삼으니 기질이 유순하나 성나면 올가미의 올
을 물어내며 생채기를 남긴다 바닥의 바닥을 또각거리며 몸을 옥죄
는 세상의 뒷골목 군소리 없이 버틴 하이힐의 저 안쪽 비좁은 숨 막
힘이 박리증에 시달린다 울분이 고여 제풀에 사색이 된 엄지발톱 입
과 귀를 닫은 채 안으로 안으로 파고든다 피붙이의 허물을 덮으려고
안간힘 쓴 그의 등에서 초승달이 웃는다 각질 더미에서 더는 버틸
수없는 그의 속 소리를 끌어안는다.
무릉반석에 뜬 별
소풍 나온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되어 눕는다 병풍바위를 에두른
조선소나무의 잔등에 포롱거리는 어린 새들의 재잘거림을 듣는다
동급생끼리 둘러앉아 수건돌리기 하던 봄 반석을 타고 미끄러지는
물 흐름을 따라 종이배가 동동거리던 호랑 소, 용이 승천했다는 오
름을 따라 몸을 뒤척인다 곱추등의 담임선생님께서 반석에 그려진
양사언의 초서를 소나무지팡이로 짚는다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
천 빈 도시락에 오후의 산그늘이 들어앉으면 어김없이 합창으로 재
잘거리는 교가, 학소대 골짜기에서 1학년 3반 모여라소리가 별나라
에서 온다.
**약력:2011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시집 『구상나무 광배』.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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