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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이완근/손톱 다듬는 여자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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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완근
손톱 다듬는 여자
잘록한 허리를 하고
머리 헝클어진 여자
맥주 한 병에 얼굴 붉어진 여자
정성스레 손톱을 다듬네
빨강 노랑 색깔도 칠하고
형광등 아래 손톱을 비춰보며
삶은 이렇게 수런거리는 것이라는 듯
쯧쯧 혀를 차기도 하고
책상 밑 먼지도 쓰윽 훑어보면서
잘도 손톱을 다듬네
이제 술 냄새 풍기며
그녀의 남자가 들어올 시간
지구 반대쪽에서 그는 걸어오리
찌그러진 걸음걸이로 날아오리
나는 그 남자의 여자
잘록한 허리를 하고
손톱을 다듬으며
지구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그를
맞으리
나는 찌그러진 걸음걸이로 날아오는
술 취한 남자의 여자
쯧쯧 혀는 차지 않고
정성스레 손톱을 다듬으리
형광등 불빛 아래
빨강 노랑 손톱을 비춰보기도 하리
마침내 잘 다듬어진 손길로
지구 반대쪽에서
찌그러지게 달려온 그의
등을 긁으리
귓구멍도 파주리
죽음의 가격
초등학교 동창인 덕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한 인생이 떠났다
덕자 아버지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술 먹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모습도
모내기철에 꽹과리를 잘도 치던 모습도
개울물이 불었을 때 꼬맹이들을 업고 건너던 모습도
이젠 볼 수 없다
회장인 광종이는 부조를 10만원 했고
명자는 5만원 넣었고
단짝이던 종철이는 3만원 했다고
덕자가 나중에 말했다
**약력:2012년 《문학광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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