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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이진욱/마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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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편집부
댓글 0건 조회 1,273회 작성일 17-01-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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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이진욱




마수



침 뱉은 돈을 머리카락에 비벼대며 엄마는
종일 재수가 좋을 거라고 했다


베트남 새댁에게 두부를 쥐여 줄 때나
제사상에 올라갈 두부를 팔 때도
시장바닥을 전전하는 독거노인에게 비지 한 봉지 담아줄 때도
걸쭉한 입담을 건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손아귀에서 으깨지던 두부는
검고 뭉툭한 엄마의 손끝에서는 온전하게 떠다녔다
그 손은 저물녘 저잣거리를 헤매던 허기진 장바구니도 끌어 당겼다


소매를 걷어 붙일 때마다 검버섯이 손목을 타고 올라갔다
얼굴은 검게 마르고 머리카락도 두부 빛에 차츰 물들었다
마력을 지녔던 마수는 어느새 마수魔手가 돼
저녁의 양식이 되고 며칠 뒤의 공과금이 되기도 했다
그 날 두부를 팔면서 비벼대던 돈은 안녕이었다


좌판은 신전이었고
두부는 제물祭物이었다
마수는 나의 신앙이 되었다







늙은 목수의 꿈



대패는 아재의 밥이다
오전에는 황가의 삐걱대던 문소리를 잡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연변댁 창틀에서 하루를 마감했다


자잘한 목공으로 연명하던 아재
대패는 보금자리였지만 때론 한 잔의 넋두리가 되기도 했다
어떤 날
대패가 잘 먹는다며 목판이 쌕쌕 울도록 손을 놀렸지만
야박한 삯을 안고 귀가하기도 했다
길에서 공칠 때가 많은 요즘
대포로 위안을 삼기도 했지만 굴곡진 날들은 깎이지 않았다


목수일 만 배워두면 굶는 일 없을 거라 했던 선친
좋았던 날도 있어 대패 속에 여자와 둥지도 만들었지만
전기 대패에 밀리고 동남아인들에게 튕겼다  
대목장은커녕 대패를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 손에 못만 박혔다
닳고 닳은 대팻날에 수십 채의 집이 있지만
정작 아재의 명패는 없다


손때와 지문만 희미하게 찍혀있는 대패가 녹물을 흘리며
공구통에 누워있다






**약력: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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