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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신작시/배영/알리바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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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배영
알리바이
뒤통수 툭 치고 사라지는 바람
돌아보면 늘 아무것도 없었다
지나온 내 삶이 그랬다
하늘을 나는 기러기처럼
허공에 디딤돌 놓아가며 긴 세월을 건넜다
비틀거릴 적마다 한 올씩 풀어지던 가슴
머뭇거린 자국마다 고여 있던 흐느낌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거기 없었다
어머니와 그림자
늙은 어머니
구부정구부정 걸어 가신다
앞으로 고꾸라지는 몸
뒷짐으로 받쳐가며
세월에 지친 듯
갈지자로 흔들거린다
평생 매달렸던 밭고랑
얼굴에다 심고
헌 냄비처럼 닳고 얇아져
미풍에도 흐느적거린다
서녘 햇살이 만든 긴 그림자
뒤뚱거리며 따라 간다
자식들 다 떠난 자리
야윈 그림자만
쫄망쫄망 따라간다
**약력:2014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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