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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아라포럼/김동호/까?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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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포럼(제10회)
김동호
<까? 경제학>
일시 : 2015년 6월 27일(토) 오후 5시
장소 : 아라아트홀
정리 : 고나연.
추운데 많이 와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제가 여러분보다 나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냥 나이가 조금 더 먹었고, 글쎄요, 시쓰기에서도 조금은 더 많이 했을 것 같기도 하고. 시가 무엇인지, 시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런 걸 평소에 생각해 왔기 때문에 그런 것 들을 한 번 이야기 나눠 봐야겠다 이래서 나왔습니다.
제가 최근에 쓴 소시집으로 한 열 편을 가지고 왔어요. 그것을 중심으로 제가 생각하는 거라든지, 고민하는 거라든지, 이런 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제가 쓴 시작메모입니다.
비싼 보양식 독식하며 독야청청 혼자서만 오래 잘 살려고 하는 鍂사장들 불쌍하다.
그것이 잘 사는 것의 표본인 양 그들의 삶 답습하는 二世 三世들 불쌍하다.
空腹의 福을 모르는 재벌들의 만복염滿腹炎 불쌍하다. 환자 없으면 굶어 죽을까봐
걱정이 큰 21세기 히포크라테스들 불쌍하다. 訟事 없으면 먹줄 끊길까 내심 겁먹는
21세기 솔로몬들 불쌍하다. 전쟁 없으면 살 재미 없다고 은밀히 절규하는 무기제조업자
무기판매업자 전쟁 대로망들 불쌍하다. 그럴싸한 話裝으로 사랑의 분을 바르고 가까운
이웃부터 미워하기 시작하는 才色 구두 높이 신은 21세기 신여성들 불쌍하다.
방부제 든 사료 밤새 냠냠하고는 이른 아침 구정물 삼키며 ‘하나님 감사합니다’ 기도하는
速成양계장 병아리들 불쌍하다. ‘창 넘어 도망간 백세노인’에게 통정의 편지 한 장 쓰며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까?경제학’을 생각해본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시인이 누군가라고 얘기해보자면 시인은 자유인이라고 하고 싶어요. 자유를 가장 큰 가치로 얘기하는 사람들입니다.
최근에 의식주 가지고 얘기하잖아요. 좋은 옷 입고, 잘 먹고, 좋은 집에서 살고 그러면 잘 사는 것으로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는데 과연 그런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 의식주가 상당한 사람들 보면 좋은 옷이라는 게 그거 볼 때마다 공작새를 생각해요. 얼마나 화려합니까. 아주 옷이 화려하지만 한 번도 날아보지 못했어요. 공작새에게 새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스럽습니다. 새는 날아야 하잖아요. 하도 옷이 화려해서 그러나 조금도 날지 못해서 공작새거든요. 오늘날 옷도 그렇습니다. 화려한 옷으로 어쩌란 얘기에요. 옷이라는 게 우리 걸치는 옷만 옷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 육체도 옷이라고 하죠. 그래서 육체에 성형수술을 하고, 글쎄, 그래서 박수갈채를 받고 하지만 그 끝이 얼마나 허망합니까. 만약 시를 쓰는 사람이 나도 돈 벌어서 성형수술을 해야겠다, 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의심하고 싶습니다. 그가 과연 시인일까요.
식도 마찬가지에요. 그저 젊은 사람이 호의호식 하고, 식도락가가 되어서 맛난 거나 아주 희귀한 음식을 먹고 자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같은 얘기인데요. 식이라고 하면 지식도 식이라고 해요. 음식만 먹어서 좋은 게 아니라 소위 지적인 그걸 충족해야 만족하게 되거든요. 인간, 동물 다 그렇잖아요. 그러니깐 그런 식도락가들이 그저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음식 먹고 행복이다, 하면 나는 그걸 시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이 화려해서 어디다 써요. 콘크리트집 잘 지어서 겨울에도 추운 걸 모르고 여름에 더운 걸 모르고 사는 게 행복할까요. 나는 그런 사람들 중에 진짜 불행해서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요. 별별 사람 다 있어요. 인간은 짐승하고 달라서 공간이 다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육해공이죠. 육지만이 아니라 육지, 바다, 하늘이 집이지요. 시인한텐 그렇지 않습니까? 추우면 추운대로 살 맛이나고, 더우면 더운대로 살 맛이 나고, 뭐랄까요 한 차원 높은 동물이 인간 아니에요? 특히 시인 아니에요? 그래서 의식주에 얽매이는 것, 거기에서부터 해방되는 의식이 중요하죠.
의식주가 뭐냐. 자리에 눕는다는 것, 잘 먹는다는 것, 좋은 집인 것이 무슨 뜻이냐 하면, 나는 노예생활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얽매이면 노예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한낱 좋은 옷을 위해서 뼈저리게 뼈빠지게 돈 벌고 한다면 그게 노예지 뭐에요. 남보다 옷이 덜 좋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노예죠. 의식주가 다 그렇습니다. 나는 시인은 첫째로 의식주에서 해방되어야 비로소 시인의 기본 자격을 갖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우리 영화에서 많이 쓰는데요. 공룡은 몸집이 크고 발톱이 있지만, 지금은 죽었잖아요. 큰 짐승을 얘기하는데 오늘날의 큰 권력이나 큰 부는 그렇게 살면 운명이 공룡처럼 될 수도 있어요. 재벌이라든지 큰 권력가라든지 모두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주제로 한 시를 몇 편 썼어요.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최근 읽은 책 중 '창을 넘어 도망간 백세노인'이라는 거 있잖아요. 감명 깊게 읽었어요. 그야말로 시인이에요 인간은 그런 걸 지향하는 차원의 동물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남보다 빨리 가기 위해
떠밀고 밀치고 새치기--
그러나 종착역만은
조금이라도 남보다 늦게 가기 위해
고단백질 보양식 많이 먹고
멸종위기의 동식물 특별 주문해 먹고
보통사람은 들어보지도 못한 송치 애저
심지어는 희귀한 정력제 황구렁이
능구렁이 알까지 호롱- 마시더니
아- 야속하여라
치닫는 관성 이기지 못해
종착역 마저 남 보다 빨리, 빨리
통과해버리네
―「고단백질 고속열차」
이런 걸 썼어요. 이게 뭐냐면 요즘 주변에 보양식 보통사람들은 구할 수도 없는 것들을 먹는 사람들 있잖아요. 우린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것들로 송치, 애저, 이런거 알아요? 송치라는 거는요 암소 뱃속에 있는 것인데 나오기도 전 그 요리를 송치라고 해요. 그게 연하다고 해서 좋아한다고 합니다. 애저라고 하는 것은 돼지 뱃속에서 아직 나오지도 않은 것을 꺼내서 그걸 요리라고 즐기거든요. 그거 천벌 받을 일 아닙니까. 세상 구경도 못한 생명을 잔인하게 먹다니요. 구렁이, 능구렁이, 먹구렁이도 좋은 거랍니다. 그 알이나 종자까지 구해먹는다는 얘길 들었어요. 이런 거 먹는 사람들은 요절해요. 어느 영양학자가 그러는데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것들에게는 독이 있대요. 자기는 보양식을 했다고 하지만 실은 독을 먹은 것인지도 몰라요. 이것 참 어리석은 것이지요. 이 시는 요절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겁니다. 가장 늦게 죽으려고 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자세히 보시면 재벌들이 잘 살 것 같잖아요. 그런데 내면은 참 비참해요.
사철 푸른
鍂사장의 숲 여전하다
사철 무성해서 한겨울
햇볕 들어올 틈이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질없는 소리
겨울을 모르는 숲인데---
그러나 궁굼한 것이 하나 있다
뱀의 침입 막기 위해
세모시 철망까지 두른 明堂에
어떻게 장사長蛇들이 들어갔을까
소문에 의하면
저들의 번식이 하 빨라
지금은 지하가 거의 그들의
소굴이 되다 싶이 되었다는데--
한 낫 소문이겠지만 걱정이 된다
鍂사장 지금 저들에게
포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정신 바싹 차리지 않으면
뱀 입에 든 개구리처럼
꿀컥되어질 수도 있다
―「鍂사장」
이 시의 첫 부분 ‘사철 푸른 숲’이라는 건 여러 가지 형태의 온실숲이라 해도 좋겠지요. 그 사람들 겨울에 추운 걸 아나요. 건물 숲, 빌딩숲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그런 속에 사는 걸 ‘김사장’이라고 하죠.
‘사철 무성해서 한겨울/햇볕 들어올 틈이 없다는/사람들도 있지만’ 이들은 낭만주의자에요. 겨울을 모르는 숲인데, 추위를 겪어봤어야 알지요. 이 사람들은 대대손손 잘 살기 위해서 명당자리를 찾아요. 얼마나 웃기냐면요, 뱀들 못 들어오게 하려고 모시처럼 가는 철망을 치고 살지요. 뱀이 어떻게 뚫고 들어와요. 뭐랄까요 자기네 재산이나 회사를 지켜기 위해 아무도 침입 못하게 하고 자기네만 어떻게든 유지해보려고 하는데 그게 또 잘 되지 않아요.
‘소문에 의하면/저들의 번식이 하 빨라/지금은 지하가 거의 그들의/소굴이 되다 싶이 되었다는데’ 이건 그 명당도 마찬가지고 이 사람들의 회사도 마찬가지에요. 뱀들의 얘기죠. 그 사람들의 입장으로 볼 땐 자기네 회사에 침입해 들어와 자기네 회사의 비밀을 알려고 하고 경쟁하려고 하는, 그들의 입장에서 뱀으로 보이면 사회는 건전한 사회는 아니죠.
‘한 낫 소문이겠지만 걱정이 된다/鍂사장 지금 저들에게/포위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실은 이미 뱀들이 포위했는지도 몰라요. ‘정신 바싹 차리지 않으면/뱀 입에 든 개구리처럼/꿀컥되어질 수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언제든지 꿀꺽 될 수 있어요. 그들에게 이런 충고를 전해주고 싶어요.
배 터져 죽을 번 한
한 재벌이
뱃속 가득 찬 구정물을
병원에서 쏟아내며
외쳤다고 한다
“福이여, 아- 공복空腹이여”
鍂사장도 이제
넘치게 배 채우는 일
그만 하고 空腹의 福
한번 누려보시라고
권하고 싶은데--
권할 길이 없다
―「空腹의 복 」
이거 아마 들어봤을 거에요. 실제 어떤 재벌이 신장염에 걸려요. 나중에 복수가 차거든요. 복수가 차면 숨도 못쉬지요. 병원에 가서 복수를 빼고 나니 그렇게 숨쉬기 좋을 수가 없어요. ‘공복의 복’, 배부른 것만 좋은 줄 알았더니 배를 비우니 이렇게 좋은 걸 몰랐던 겁니다. 그 얘기입니다. 빈 속이 얼마나 좋은가요. 이걸 권할 길이 없어요. 절대 안 들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비천식卑賤食 하다가
가는 사람들이
재벌 이세 삼세들 같다
그들의 主食은 주로
창고 속에 꼭 꼭 재워둔
고가식품 희귀식품들
밀폐된 것들
3세대들 중에는 평생
신선한 것 한 번도 먹어보지
못 하고 가는 아이들도 있다
어떻게 그렇게
군내 나는 것들을
인생 최고의 맛으로 알고
일생을 살아가는지
어린왕자는 궁굼해서 죽겠단다
―「재벌 2세 3세」
재벌 2세, 3세, 이 세상에서 가장 안타깝게 살다 가는 건 이들입니다. 그들이 우선 음식도 고급식만 먹다보니까 창고에 저장해 놓은 것을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이 시식해 보고 먹잖아요. 새로운 건 못 먹고요. 지식도 마찬가지에요. 새로운 지식이나 지적 호기심은 자기가 새로 발굴하는 게 새로운 거 아니에요? 그런 걸 못 먹어요. 그 얘기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가장 천박한 식사, 천박한 지적 욕구들을 충족하는 게, 창고 속에 꼭꼭 재워둔 고가식품 희귀식품들 밀폐된 것들 뿐입니다.
3세대 중에는 평생 신선한 것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실제 그래요. 2세만 해도 아이들이 먹어봤지만 3세쯤 되면 진짜 어려워요. 신선한 지식이랄까 신선한 것은 자기가 채취해야죠. 스스로 발견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거 절대 못 먹습니다. 지적호기심이 발견하는 것은 못 먹어 봅니다. 새롭지 않은 군내나는 것들을 인생 최고의 맛으로 알고 어떻게 일생을 살아가는지 어린왕자는 궁금해서 죽겠다고 합니다. 어린왕자 입장에서 보면 제일 못살다 가는 사람이에요. 인생은 한 번밖에 없는데 어떻게 이렇게 살아요. 부모를 잘못 만나서 그래요. 재벌 부모를 만난 게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차돌이 푸석돌이 된다
아무리 바람 세찼다 하지만
돌에 바람이 들었을 리는 만무하고
아무리 눈물 많은 세상이라 하지만
돌이 물에 녹았을 리는 더 더욱 만무하고
鍂力 때문 아닐까
鍂力의 풍화작용 때문 아닐까
법-망치에 돈뭉치가 얹히면
솜방망이가 된다
에밀레종처럼 엄중한 法鐘도
돈다발이 얹히면 도깨비 방망이가 된다
철분 칼슘 미네랄 고루 갖춰 잘 빚은
家族法도 돈 바람이 스며들면
骨多증에 걸려 속 빈 강정이 된다
어떤 법관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法廷이
하 부끄럽고 무서워
法堂으로 도망가 중이 되었단다
―「21세기 솔로몬 」
다음은 ‘21세기 솔로몬’이라는 것입니다. 참 가슴이 아픈데요. 인류역사를 돌아보면 예전에는 신권이었어요. 조금 깨어서 왕권이었지요. 우리나라도 신권시대가 있었고, 그 다음에 왕권시대가 와요. 왕이 타락하니까 법이 나와요. 지금 신권이나 왕권을 대신하는 게 법이잖아요. 얼마나 신성하고 엄중한 건지 몰라요. 민주주의에서 법은 굉장한 것 아니에요. 유전무죄, 무전유죄, 참 부끄러운 거죠. 그래서 한 번 썼어요. 솔로몬이 통치할 때 법을 가장 제일 지혜롭게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썼습니다. 21세기 지혜로운 법관은 어떤가 한 번 보자 이 말이죠. 차돌이 푸석돌이 된다. 법이라는 게 냉철한 판단의 특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제 혼자 잘 살려고 하면 그건 법관이 아니죠.
돈이 침투 안 되는 곳이 없어요. 돈이 제일 무서워요. 자본주위가 참 무서운 게 잘못하면 먹힙니다. 법망치에 돈뭉치가 얹히면 솜방망이가 된다. 알죠?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그 소리에요. 사실 그렇잖아요. 요즘 전관예우가 뭡니까. 전관이 굉장히 엄중한 거 아니에요, 무슨 장관, 법계의 제일가는, 법계를 대표하는 그런 법관이라고 하면 에밀레종이었어요. 거기 있을 땐 그런 것만 같아요. 웬걸 야전에 나오니 그게 어떻게 돼요? 그런 사람도 돈 따보려는 사람이 되어서 흐믈흐믈해져요. 도깨비 방망이로 어찌 그런 판결을 내리는지. 내 주변에 법하는 분이 많은데 가족법 그거 굉장히 잘 만든 법이라고 해요. 그렇게 잘 만들면 뭐합니까. ‘어떤 법관은/유전무죄 무전유죄 법정이/하 부끄럽고 무서워/법당으로 도망가 중이 되었단다’ 이런 중 있잖아요. 너무 이게 아니라 생각이 들어, 양심은 도저히 안 되겠어서, 법당, 절에 법당이 있잖아요? 법정에서 법당으로 도망가서 중이 됐다는 얘기가 있잖아요. 이 법관들 이 시 좀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견딜 수 없게 아프지만
무간지옥은 아니다
안 아픈 시간이 그래도
삼한사온처럼 조금은 더 길다
그 틈새를 비집고 들려오는
이웃들의 위로가 따뜻하면서도
따끔하다. 금침 은침 동침처럼
“아파야 하오. 아파야 빨리 나요”
“아파야 어서 빨리 아픔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심지가
세포들 사이에서 돋아나요“
“새 살 돋게 하는 데는
아픈 세포들의 궐기가 최고에요“
이들이 진짜 히포크라테스가 아닐까
어마어마하게 비싼 영상진단으로
주눅이 든 촌닭들을
알아들을 수 없는 꼬부랑-말로
또 겁주며 회색 가운에 찬바람 도는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가 아니라
히포크리트hypocrite 같다
그들을 만나면 아물어가던 상처가
되살아난다
눈물 같은 진물을 흘리며
―「21세기 히포크라테스」
이제 의사 얘기 합니다. 오늘도 오기 전에 내 친구가 아주 속이 상해서 가슴 치는 소리를 듣고 왔엉됴. 병원 얘기에요. 요즘 척추병이 많대요. 할머니들 90%가 척추병이고 할아버지도 많아요. 내 친구도 노인인데 키가 크니깐 그게 빨리 오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래서 250만원을 주고, 뭐라고 하더라, 가벼운 MRI를 찍었더니 네 번째 뼈가 이상하대요. 그래서 네 번째 뼈에 250만원 들였는데 계속 아파 죽겠다는 겁니다. 병원에 전화해도 좀 있으면 나을 겁니다, 나을 겁니다. 이러더래요. 하지만 열흘을 견뎌도 별 수 없어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MRI랑 X레이 찍으라고 하더래요. 그랬더니 세 번째 뼈가 망가졌다고 하더랍니다. 열흘 전에는 멀쩡했는데 이번에는 또 150만원 들여야 된대요. 150만원이 애들 과자 사먹는 돈인가요 수입도 없으니 어쩌라는 얘기에요. 결국 침이나 맞고 있다고 해요. 오기 전에 전화를 받았어요. 참 잘못됐습니다. 그 사람들 돈 버는 데에만 눈이 멀었어요. 본래 의사들이 존경받았어요. 나 어릴 때만 해도 존경받았지요. 의술은 인술이라고 했어요. 의사, 하면 굉장히 존경했어요. 옛날 유럽이나 중국의 의사는 얼마나 훌륭한지 전쟁이 일어나면 적군 아군이 없어요. 적군도 부상당한 사람은 자기가 고쳐야 해요. 목숨을 걸고 부상자를 구한다 이거에요. 그러니깐 의사들을 양쪽이 다 존경해요. 마치 3.8선을 오가는 새처럼. 3.8선을 오가는 새를 저쪽에서 왔다고 쏴죽이진 않잖아요. 새는 북쪽에서 날면 환영받아요. 의사도 그랬거든요? 그런 인술이 잘못돼가지고 요즘은 촬영 안 해도 될 것을 너무 합니다. 검사하는 걸로 다 뺀다잖아요? 의사들 무슨 간호사들이 이런 거 말하면 슬퍼요. 21세기 히포크라테스 알죠. 서양 의사의 아버지라고 하잖아요. 21세기 히포크라테스는 어떠냐. 말로는 그러죠. 자기는 히포크라테스라고. 제가 화상을 입어서 열흘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때 유추해서 쓴 겁니다.
‘견딜 수 없게 아프지/무간지옥은 아니다/안 아픈 시간이 그래도/삼한사온처럼 조금은 더 길다’ 모든 병이 계속 아프지는 않아요. 계속 아프면 그게 지옥인데, 근데 그러질 않아요. 날이 추워도 삼한사온이 있어요. 아픔도 그렇습니다. 안 아픈 게 조금 더 길어요. 이게 참 하느님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렇게 화상을 입었는데 계속 아프지는 않아요. 아프다가 안 아픈 게 조금 더 길어요. 그 얘깁니다. 아프지만 무간지옥은 아니다. 안 아픈 게 더 길어.
‘어마어마하게 비싼 영상진단으로/주눅이 든 촌닭들을’ MRI가 45만원이에요. 우리 집사람 아파서 찍는데 45만원이에요. 그 실비가 과연 그런지 모르겠어요, 참으로 비싼 영 상 진단 비용이잖아요. x레이도 영상진단이잖아요. 그 영상진단에 주눅이 든 촌닭들, 그 촌 아줌마들이 뭘 알아요. 1년 내내 품팔이한 걸 촬영 한 번에 다 날아가요. ‘알아들을 수 없는 꼬부랑-말로’ 히포크라테스는 훌륭한 의사지만 히포크리트는 위선자에요. 위선자지 뭐에요. ‘그들을 만나면 아물어가던 상처가/되살아난다/화상이니깐 낫다가도 그놈들 보면 더 아파/눈물 같은 진물을 흘리며’ 지금 의료비가 우리나라 만큼 비싼 데가 없어요. 제일 비싼 게 미국, 일본, 한국인데요, 미국도 이제 달라져요. 우리도 달라져야겠죠 안 달라지면 안돼요.
식당이고 백화점이고
놀이마당이고 남자들은
가뭄에 콩 나듯 몇
거의가 여자들이다
이들 속에 끼여
여성천국의 소리를 들어본다
‘남자가 여자를 먹는다는 말
본래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요즘은 더욱 말이 안 되는 소리지요
남자는 개구리이고 여자는 뱀이에요
뱀이 개구리를 삼키는 것이지
어떻게 개구리가 뱀을 삼켜요‘
농담으로 한 소리라지만
이런 소리 스스럼없이 하는
21세기 新여성들을 보면
얇은 입술 一字 입이 뱀을 닮았다
―「21세기 新여성들」
이제 여자들 한 번 보자고요. 여성상위시대라고 하는데 잘난 여자들 많지만, 큰일나겟다 싶은 여자도 많아요. ‘식당이고 백화점이고/놀이마당이고 남자들은/가뭄에 콩 나듯 몇/거의가 여자들이다. 어딜 가도 여자들이에요. 남자는 불쌍해요. 식당에 모여서 남자들 흉이나 봅니다. ‘남자가 여자를 먹는다는 말’ 여자들이 이런 소리 하더라고요. 인텔리한 여자들이요. ‘얇은 입술 일자 입이 뱀을 닮았다’ 그런 여성들 가만히 보세요. 여러분, 뱀은 일자 입이에요
어린것들이
한 뼘 남짓한 독방에 갇혀
방부제 든 사료
배가 터지도록 먹고 있는 것 보면
가슴이 아리다
성장 홀몬 든 간식
볼이 찢어지도록 먹는 것
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리다
어떤 사료인줄도 모르고
휘황찬란한 불빛 아래
밤새도록 냠냠하고는
아침에 구정물 삼키며
하늘 향해 감사기도 하는 것 보면
가슴이 찢어진다
내 가슴이 이럴진대
그분은 어떨까
아무래도 무슨 일 일어날 것 같다
하늘이 잔뜩 저렇게 찌푸려 있는 것 보면
―「孤高학원 」
강남 한 고급학원 수강료는 얼마게요?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고급과외가 있다고 합니다. 돈 많다고 자랑하는 거에요. 고고라는 건 아주 고고하단 얘기죠. 그냥 보통 높은 게 아니죠. ‘한 뼘 남짓한 독방에 갇혀/방부제 든 사료/배가 터지도록 먹고 있는 것 보면/가슴이 아리다’ 대개 고급과외는 1:1로 해주잖아요. 얼마나 비싸겠어요. 그런데 속성 양계장이라고 아세요? 양계장인데, 빨리 크게 하려고 사료에다가 성장호르몬도 넣고, 방부제도 넣고, 하는 것인데요, 이러면 엄청 자란대요. 그런데 밤에도 잠을 안자잖아요. 이 병아리들이 낮인 줄 알고, 맨날 꼬꼬거리니깐 병도 안 걸리고, 살이 빨리 찔 거 아니에요? 40일 되면 수지가 안 맞는대요. 40일만 되면 식당으로 그냥 넘겨요. 우리가 먹는 닭들 생각하면 불쌍해요. ‘성장 호르몬 든 간식/볼이 찢어지도록 먹는 것/보고 있으면 가슴이 저리다’ 그렇잖아요. 고급간식이라고 해서 아마 고급 훌륭한 것들 넣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아이들도 성장 호르몬을 주사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 부모의 욕심이 자식을 망치는 거에요.
‘어떤 사료인 줄도 모르고/휘황찬란한 불빛 아래/밤새도록 냠냠하고는/아침에 구정물 삼키며/하늘 향해 감사기도 하는 것 보면/가슴이 찢어진다’ 아이들이 뭘 알아요. 그냥 주는대로 먹지 안 그렇겠어요. 창의력을 키워서 뭘 하겠어. 지식도 그렇죠. 지적 호기심을 개발시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암기시키고 그러는 거에요.
내가 평생 먹은 쌀 몇 톤이나 될까?
내가 평생 마신 술 몇 섬이나 될까?
내가 평생 나눈 사랑 몇 말이나 될까?
살려고 먹을까? 먹을려고 살까?
배고프지 않은데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배고픈데 맛없이 먹을 수 있을까?
大國 大農들의 무진장한 쌀은
이런 것과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늙은 호박이 늘어놓는 이런 너스레가
사실은 거시경제학이 아닐까?
經世濟民의 기본원리는 돈이 아니라
‘까?’가 아닐까?
‘까?경제학’만이
‘범죄-경영-致富學, 질병-경영-치부학’,
전쟁-경영-치부학, 신앙-경영-치부학--
이들 무자비한 치부학의
무한 발전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까? 경제학’ 」
다음은 까, 경제학이죠. 자꾸 의문이 생겨요. 과연 어떤 게 잘 사는가, 어떤 게 진짜 부잔가. ‘늙은 호박이 늘어놓는 이런 너스레가/사실은 거시경제학이 아닐까?’ 늙은 호박은는 나를 두고 한 말이에요. 맛있으면 뭐가 있어 합니다만, 또한 쓸데없는 소리들일지 모르지만, 오히려 이런 물음이나 이런 게 거시경제가 아닐까요? 돈 많이 벌면 그게 거시경제인가요? ‘경세제민의 기본원리는 돈이 아니라/까?’가 아닐까?’ 경세제민은 경제의 줄임말이에요. 해서 백성을 고루 잘 살게 해주는 게 경제라고 합니다. 경제랑 경영이랑 다르다고 해요. 경영은 GNP랄까, 이런 걸 중요시 여긴다면, 경제는 가장 밑천을 행복하게 하는 것, 이걸 경제라고 한 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생활은 불쌍한 재벌들처럼 사는 건 옳지 않다고 봐요.
‘까?경제학만이/맹목적으로 살지 말고 묻고 살자는 거죠’ 이대로 나가다가는 죄 팔아먹는 거지 뭘 그래요. 법관, 변호사들 그냥 어떻게든 먹고 살라고 하다가 죄 팔아가지고 돈 많이 벌라고 하는 범죄경영으로 가는 것이지요. 대형 변호사 수익이 뭡니까? 병원이랑 똑 같아요. 어떻게든 돈 많이 벌려는 게 목적이에요. 정의가 아니라 범죄 경영 치부학이죠. 질병경영치부학, 나는 대형 병원들 그렇게 봅니다. 그러니깐 근사한 간판들, 대학 잘 나온 사람들, 지금 얼마나 큰 돈벌이에 도전하는지 몰라요, 조금 전 내 친구도 그런 거죠. 대학병원이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돈 많이 번대요. 이런 걸 보면 나는 질병경영치부학이라고 봅니다. 전쟁도 겉으로는 우리 평화해야 한다, 전쟁 없애야한다, 라고 하잖아요. 무기 제조업자들은요 전쟁 없으면 굶어죽는다고 난리에요 무기 거래상들 있잖아요. 그 사람들은 난리죠.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쟁 로망들이 있어요. 전쟁이 멋있다고 해요. 누가 죽거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이대로 가다간 이런 현상이 벌어질 것만 같아요. 그래서 서구에서는 프랑스니, 독일이니, 영국이니, 스페인이니, 그런 곳에서는 이런 곳에 눈을 떠서 사람들이 그냥 민주주의 아니죠, 사회적인 민주주의랄까, 우리 함께 잘사는 이것이 원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방향을 시인은 외면하면 안 된다고 봐요.
알란 칼손선생, 선생의 일생을 그린 요나스 요나손씨의 책
‘창 넘어 도망간 백세노인’을 읽고 선생께 편지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소. 아직도 사람들은 선생이 왜 그처럼 경사스러운
생일잔치 자리를 박차고 도망갔는지를 모르고 있소. 특히
그 자리에 초대 받았다가 바람맞은 명사들 중에는 선생을
‘뇌에 구멍이 났다’느니 ’치매 6기‘라느니 하며 빈정대는 이들이 많소.
해서 선생을 대신해서 해명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소.
해명 편지만이 아니라 이 세상엔 선생과 같은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리는 편지도 쓰고 싶었소.
지구촌시대에요. 그곳 이야기가 이곳 이야기이고 이곳 이야기가
그곳 이야기에요. 이 시집 속에 실린 ‘고단백질 고속열차’ ‘鍂사장’
등의 시는 오늘의 지구촌을 움직이는 돈 많은 사람들에게 쓴 시지요.
‘결혼 앞둔 商군에게’ ‘고구마君에게’ 같은 시는 지구촌 미래의
꿈들에게 쓴 것이구요. 그 밖에 많은 시들이 선생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다수에게 쓴 것이에요. 알란-칼손선생, 여생 더욱 즐거운
삶이 되시기를 빌어요 이 시집 사실은 선생에게 바치는 글이기도 해요
―「창 넘어 도망간 백세 노인에게」
마지막으로 ‘창 넘어 도망간 백세 노인에게’를 읽죠. 여러분은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나이 들고는 소설을 잘 안 읽어요. 눈이 피곤해서 인터넷에서도 잘 안읽어요. 그런데 이 ‘창 넘어 도망간 백세 노인’은 소개를 읽고 꼭 읽어야겠어서, 처음 20페이지를 읽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눈이 아파서 못 읽겠어요. 집어치우고 안 읽다가 비싸게 산 게 아깝잖아요. 그래 또 한 20페이지 읽었는데 처음하고는 달라 재밌어요. 그러다가 또 팽겨 쳤다가, 그러다가 점점 빨려들어가요. 새벽에 읽으면 눈 아픈 것도 몰라요. 내가 참 재밌게 읽었는데 재밌는 이유는 같은 얘기에요. 이 사람 나랑 똑같은 거야. 주인공이 백세가 되니깐 난리에요 양로원에 파티해 준다고 시장님이 오고 난리에요. 자긴 잘 산다고 하는 게 아닌데. 그래 한 시간 동안 시장이 몰려오고 유지들이 오고 그럴 텐데, 정면으로 나가면 붙잡히니깐 창문으로 뛰어 내려야 도망가잖아요. 백세 노인이 뛰다보니깐 발도 다쳐요. 난리가 났지. 무지하게 재밌어요. 하필이면 내 얘기를 써준 것만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래서 그 백세 노인 동정하는 거죠. 당신 어쩜 그렇게 나와 생각이 같소. 보통 사람은 최고 경사로 알아요. 오래 살았다고 시장 유지들 다 오면, 좋은 일이지요. 그렇게 경사스러운 일을 도망치냐 그거에요. 일반인은 그렇게 생각 안하지요.
‘특히/그 자리에 초대 받았다가 바람맞은 명사들 중에는 선생을/‘뇌에 구멍이 났다’느니 ’치매 6기‘라느니 하며 빈정대는 이들이 많소.’ 사실, 그 사람들은 한 번도 물음을 가진 적이 없어요. 이게 과연 잘사는 것인가, 이런 물음이 없는 사람이에요 나는 물음이 없는 사람은 사람 자격이 없다고 봐요. 짐승은 물음이 없잖아요. 사람하고 짐승의 차이는 물음이에요. 인간은 물음이 있고 짐승은 없어요. 명사들일수록 물음이 없어요. 그러니깐 자긴 알다가도 모르겠대요. 백세가 되고 저렇게 건강하게 좋은 생일 파티를 받으면 기뻐서라도 날뛸 일이지 왜 도망을 치냐고. 그 사람은 이해 못한다고 하는 거죠. 이해 못하면 빈정거려요, 뇌에 구멍이 났다느니, 치매라느니.
이 시편들 속에 실린 ‘고단백질 고속열차’ ‘김사장’ 등의 시는 오늘의 지구촌을 움직이는 돈 많은 사람들에게 쓴 시지요. ‘결혼 앞둔 상군에게’ ‘고구마군에게’ 같은 시는 지구촌 미래의 꿈들에게 쓴 것이구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나는 여러분하고 통정하러 왔다. 진짜 잘 사는 게 뭐냐, 나는 시인들에게 강의하면서 그런 얘기를 해요. 시인들은 자연만물하고 연애하는 거에요. 심시할 수 없어요. 자꾸 고독하다고 하잖아요? 그 고독에 이유가 있어요. 자기 욕심 안 가려진다고 고독한 거에요. 그러지 말고 회의주의자가 되어보라니깐요. 신기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어요. 자세히 보라고요. 신기하지 않은 게 없어요. 평생 너무 고독하니깐, 평생 하도 신기해서 지루한지 모르고 일생을 보내요. 이런 게 시인이죠.
졸시 ‘사랑의 부력’ 있어요. 어떻게 사느냐 고기를 뜨게 하는 게 뭡니까. 인간이에요. 고기는 물이 있어야 살아요. 새를 뜨게 하는 건 뭐에요? 공기죠. 새는 공기가 있어야 해요.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 해요. 사랑이 없으면 가라앉아요. 자기가 좋아하는 자연만물을 사랑하는 그런 사랑이 있으면요 가라앉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썼어요. ‘인생이 무거워 부모도 짐 자식도 짐 형제 다 짐이야. 갈수록 무거워지는 짐에 비틀거리는 21세기’ 21세기가 그렇잖아요. 갈수록 욕심으로 커요. 사랑은 자꾸 없어도 되고, 사랑이 없으면 뭐에요? 인간에게 사랑이라는 건 고기의 물 같은, 새의 공기 같은 거거든요. 머리 위로 청동오리 수천 마리가 삼삼오오 날아가요. 자세히 보니깐 그냥 뭉쳐서 오르지 않아요 삼삼오오입니다. 새들도 우정도 알고 여행을 재밌게 하는데, 왜 인간들은 귀한 인생을 싸우다가 끝나는지 몰라요. 바보지요. 대륙이 정원인양, 바다가 호수인양, 청둥오리 입장에서 보면 대륙이라는 게 정원이에요.
비행기 타고 대륙을 보면 정원 같아요. 여름엔 여름대로, 가을엔 가을대로지요. 나는 시베리아를 겨울에 넘어오면서 겨울이 아니더군요. 아주 신기하더라고요. 비행기에서 보니깐 북극 얼음이 녹아서, 싹이, 파란 싹이 돋는데, 그게 신기해요. 마치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미인의 음모 같아요. 그런 걸 내가 봤어요. 그런 건 대륙이 정원이야. 호수가 바다가 호수만 같아. 새들은 잘 살고 있어요. 공기보다 천 근은 가벼운 사랑휘발유지요. 공기가 휘발유에요. 얼마나 가벼운지 공기보다 천 배는 가벼울 거에요. 공기보다 천 배는 가벼울 사랑휘발유를 양 날개 가득가득 싣고 날아요. 부럽더라니깐요. 그 새들 보니깐.
우리 인간은 이렇게 살 건가, 우리 시인들이 그런 의식을 갖고, 우리 사회도 좀 개선되어야 할 것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약력:1934 충북 괴산 출생.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바다』, 『꽃』, 『피뢰침 숲 속에서』, 『詩山 일기』, 『老子의 산』,
『나는 네가 좋다』, 『壺壺의 집』, 『나의 뮤즈에게』, 『오현금』. 성균문학상 수상.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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